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있는 칠보물테마유원지 물놀이장은 해마다 여름이면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인기 피서지다. 지난해에도 개장한 7월13일부터 8월18일까지 5만여명이 찾아왔다. 이 곳은 어린이풀장과 유아 풀장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바디슬라이드와 워터드롭·터널·스프레이 바닥분수대 등 워터파크 못지않은 놀이시설이 많아 호응이 뜨겁다. 그러나 올해는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다.
전북지역 지자체들이 물놀이시설 개장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개장을 앞당겨야 할 상황이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운영 계획을 잇따라 포기하고 있다. 특히 17일 전주여고 3학년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물놀이시설의 운영은 가능하지만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자체들은 물놀이를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1~2m 거리두기 등을 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전주시가 먼저 개장 취소 결정을 발표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3곳의 무료 물놀이장에 대한 인기가 높자 올해 6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5곳으로 확대‧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이를 포기했다. 시 관계자는 “관련 방역지침이 있지만 사실상 현장에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 방문객의 시설 이용까지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순창군은 올해 첫 이동식 물놀이터 개장을 준비해 왔으나 사업을 취소했다. 고창군도 복분자클러스터 야외 물놀이장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김제시는 시민운동장 물놀이장을, 정읍시도 칠보물테마유원지물놀이장과 천변물놀이장의 운영을 취소했다.
각 시‧군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운영 계획을 조정하려 했지만 안전을 위해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군산과 남원, 무주 등 다른 시‧군도 운영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물놀이장이 폭염 대책의 하나로 큰 역할을 해 왔으나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진안군은 운일암반일암 등 12개 계곡‧하천의 물놀이객을 받을 준비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진안엔 별도의 물놀이장이 없다”며 “자연 하천이나 계곡 등을 찾는 피서객들을 위해 코로나19 방역 수칙 등 안전에 신경을 쓰며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