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신분 모르고 일시킨 제조업체 대표, 무죄 확정

입력 2020-06-17 15:48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을 모르고 외국인 노동자와 파견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시킨 제조업체 대표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업체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경기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체류 자격이 없는 태국인 B씨 등 외국인노동자 40명을 파견받아 급여를 지급하고 일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기 위해서는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하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은 고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출입국관리법상 ‘불법 체류자의 고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을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어떠한 형식의 계약도 체결한 바가 없다”며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고용제한규정을 위반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출입국관리법의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용사업주와 같이 간접 고용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정된 근무처에서만 근무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 사업자를 고용한 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