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가 있길래… 백악관 ‘볼턴 회고록’ 출판금지 소송

입력 2020-06-17 15:1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워싱턴 연방법원에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전했다. 볼턴의 회고록에 대외정책상 기밀 정보가 다수 포함돼 대중에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백악관은 법무부와 법무장관 명의로 제출된 소장에서 볼턴은 기밀 누설을 하지 않겠다는 고용 당시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초 회고록 초고를 동료들에게 보여준 일까지 문제 삼았다.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볼턴의 회고록에는 그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겪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난맥상이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출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 소송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임 기간 중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등 중대한 외교안보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충돌했던 볼턴 전 보좌관은 사임 후 트럼프 행정부의 맹렬한 비판자로 변신해 트럼프식 외교의 민낯을 폭로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다단한 외교 문제를 부동산 거래 정도로 간주하며 일관성 없이 사적이고 금전적인 득실에 따라 움진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회고록 출판사는 “혼돈에 중독된 채 동맹국에게는 퇴짜를 놓으면서 적국은 끌어안는, 자신의 정부를 깊이 의심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턴의 책을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볼턴 회고록 출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볼턴의 회고록 관련 질문을 받고 “그가 책을 쓰고 책이 출간된다면 법을 어기는 것이다. 형사상 문제를 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는 어떻게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출간돼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복수의 전임 공화당, 민주당 정부 시절 법률 담당자들을 인용해 “내부자 회고록이 그간 많은 정부를 괴롭혔지만 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한 사례는 떠올리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