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 관계가 최악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우리 정부 탓’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강경 대응보다는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한국진보연대는 성명을 내고 “판문점 선언은 이미 사문화 돼 있었다. 남측 정부는 지난 2년 미국이 반대할 때마다 합의를 어기는 길을 택했고 그 결과 선언 이행률은 0%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2019년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제안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 조차도 결단하지 못했다”고 했다. 금강산·개성공단의 경우 미국과 국제연합(UN)까지 걸려있는 문제인데 우리 정부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6월15일 남북이 길을 찾자면서도 다시 미국의 승인을 청했다. 북측이 대북특사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유”라며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정신을 전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도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남북 대결의 발단은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한 것”이라며 “해결 방안은 판문점, 평양 선언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이행”이라고 밝혔다.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도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주장하고 남북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취지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전날 성명에서 “북측이 북미간 긴장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봤다”며 “하지만 남측은 한미워킹그룹을 개최하고 합의한 어떤 것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전날 성명에서 우리 정부에 대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도록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을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