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추락해 사망한 아내는 오래전 한국으로 온 베트남 여성으로, 고생 끝에 경제적 사정이 나아질 즈음 이같은 화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1은 아내 A씨(37)가 15년 전 결혼하면서 한국에 오게 된 이주 여성이라고 17일 보도했다. A씨는 한국인인 첫 남편과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살았으나 결국 파국을 맞았다고 한다.
A씨는 첫 남편과 갈라선 뒤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악착같이 돈을 모은 그는 2~3년 전 새 아파트를 마련할 만큼 열심히 산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두 번째 남편인 B씨(42)를 만난 것은 지난 1월이다. 그는 B씨와 재혼한 뒤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결국 3개월 만에 결혼생활이 끝났다. A씨는 두달 전부터 B씨와 이혼소송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후 이달 1일 법적으로 이혼 상태가 됐다.
B씨는 1999년 군 복무 중 탈영해서 당시 교제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검거됐다. B씨는 이 사건으로 17년간 복역했다.
앞서 7일 오전 5시51분쯤 원주시 문막읍의 아파트 6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A씨와 B씨는 아파트 1층으로 추락해, A씨는 숨지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A씨의 아들 C군(14)은 불이 꺼진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C군에 몸에서는 3~4곳의 자상과 화상 상처가 나왔다. A씨의 몸에서도 흉기로 인해 생긴 상처가 발견됐다.
A씨의 친모는 사건 당일 원주시로부터 비보를 전해 듣고 곧장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선별진료소를 거쳐 현재 시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A씨와 C군을 위한 장례식은 16일에 비밀리로 치러졌다. 유골은 A씨가 자고 나란 고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모자에 대한 최종 부검결과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