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연쇄 사고로 6세 여아가 사망한 사고를 두고 두 운전자의 책임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주차장을 빠져나온 SUV가 불법 좌회전을 하면서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급발진한 승용차가 보행로를 침범해 피해자들을 쳤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고의 주된 책임은 1차 사고를 유발한 SUV 차주 A씨(70대)에게 있다고 봤다. 그는 “중앙선이 있는 구간으로 불법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기 때문에 당연한 처벌 대상”이라며 “1차 사고로 인한 2차 사고의 책임은 법적으로 보나 판례로 보나 1차 사고 운전자에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6년 대법원에서는 접촉사고 피해를 본 운전자가 당황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을 경우 처음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에게 피해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온 적 있다. 한 변호사는 “(A씨가) 나는 부딪히기만 했지 인도 침입에 책임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건 아니다. 부딪혔기 때문에 차가 튕긴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A씨에게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예를 들어 첫번째 차량이 멀쩡히 잘 가는 두번째 차를 쳤고 그 두번째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을 때, 첫번째 차는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걸 중앙선 침범 사고로 처리할 수 없다. 첫번째 차가 중앙선을 직접 넘어간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고도 민식이법을 적용할 것인지 단순 교통사고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1차 사고 직후 피해 아동을 친 승용차 운전자 B씨(60대)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수사한 뒤 책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피해를 보면 놀라고 아무 생각이 안 나 당황할 수 있다”며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운전미숙이라고 하는데 막상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B씨가 1차 사고 후 30m 이상의 먼 거리를 질주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15~20m 정도는 금방 가는 짧은 거리”라며 “1차 사고 때 충격의 정도, SUV 차가 접근하는 걸 미리 볼 수 있었는가의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할 경우 징역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고민하는 부분은 2차 충격으로 인한 어린이 피해 사고에 이 법을 적용할 것인가이다.
한 변호사는 “차량으로 직접 어린이를 충격한 사고만 적용된다고 볼지, 연쇄 추돌로 어린이를 친 사고도 적용된다고 할지, 어린이가 차에 타고 있다가 차량 간 부딪혀 다친 사고에도 적용할지 그 범위에 고민이 있을 수 있다”며 “민식이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우발적인 점, 반성하는 점, 전과가 없는 점, 합의점, 등을 참작하면 반까지 깎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