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격랑으로 치달으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통일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연철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남북한 간 소통과 평화의 상징, 개성남북연락사무소가 주저앉았다”며 “이번 일은 강대국 눈치 보느라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남한과 거듭된 평화 신호에도 제재를 풀 생각이 없는 미국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특히 통일부를 향해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만큼은 강대국의 눈치 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남북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건의해야 하고, 이런 의지로 뭉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명칭을 남북평화협력부로 바꾸거나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민족위원회로 개편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하례회 때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나가면서 좀 잘해 보겠다’ 했다. 운신의 폭은 지난해 미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한·미 워킹그룹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제동걸었다는 말이다”며 “대통령이 그 정도 이야기하면 참모들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미국으로 갈 줄 알았는데, 외무부 장관이 가고, 통일부 장관이 가고, 안보보좌관도 가고 (해야 하는데 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그 정도 이야기하면 참모들이 움직일 줄 알았을 것(인데 꼼짝안했다)”이라며 김 장관과 통일부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북한은 오랜기간 접촉한 사람을 신뢰한다. 아직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찾는다”며 “통일부가 청와대의 그늘에 숨어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끊임없이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그 결과 지난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북한이 대남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대북전단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남북 간 소통 부족을 비판하는 차원 아니냐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평소 남북 관계를 긴밀히 유지했어야 할 통일부가 소극적인 행정을 했다는 것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