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제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나이는

입력 2020-06-17 11:48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하나인 만장굴 내 낙반의 규암편. 제주도 제공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형성 시기가 9000년 전으로 재확인됐다.

그동안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연대측정 방법에 따라 ‘20~30만년전’에서 ‘8000년전’까지 편차가 큰 여러 값이 나와 논란이 있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새로운 제3의 연대측정법을 적용해 만장굴을 비롯한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약 9000년전에 형성되었음을 재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2005년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K-Ar연대측정법을 통해 20~30만년전 형성된 용암동굴로 인식돼 왔다. 이후 2016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전신) 조사에서는 8000년 이라는 매우 젊은 연대가 보고됐다. 당시 한라산연구원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광여기루미네선스 연대측정법을 썼다.

두 연대결과 사이 차이가 너무 커 형성시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화산암을 직접 분석하는 K-Ar연대측정법과 달리, 이후 시행한 방사성탄소연대 등의 방법은 용암류 하부의 고토양을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이에 대한 학계의 신뢰가 크지 않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16년이후 시작된 형성시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제3의 새로운 연대측정법을 적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약 9000년(오차 1.8천년)의 연대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만장굴 내부 용암에 박혀 있는 규암에서 저어콘이라는 광물을 분리해 형성시기를 측정하는 방식을 썼다. 저어콘은 우라늄 함량을 많이 가지는 광물이기 때문에 저어콘 내 우라늄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헬륨(He)의 양을 토대로 연대를 측정했다.

헬륨은 쉽게 소실되지 않는 안정된 불활성 기체로 약 200℃ 이상의 온도에서만 빠르게 방출된다. 때문에 만장굴 내 용암에 박혀 있는 규암은 용암동굴이 형성될 당시 1150℃에 달하는 용암에 굽혀 저어콘에 축적되었던 헬륨이 모두 방출되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용암이 200℃ 이하로 식은 후 유지된 시간동안 새롭게 헬륨이 형성되게 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양을 측정해 연대를 얻었다.

세계유산본부 안웅산 연구사는 “이번 연구에 적용한 제3의 연대측정방법이 다른 방법에 비해 정확도가 반드시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15년간 4가지 방식으로 측정이 이뤄졌고 그 중 3가지 조사의 결과값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안 연구사는 “그동안 20~30만년 전으로 알려졌던 제주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나이는 8000년 내외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당하다”며 “기존 연구에서 직접 연대를 측정하기 어려웠던 일부 용암류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 측정 기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에는 호주 커틴대학팀이 함께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에 투고될 계획이다.

한편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과거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북동쪽 바닷가까지 흐른 길을 따라 형성된 동굴계이다. 총 10곳으로 만장굴과 김녕굴 등이 포함된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와 함께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