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최고 기대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다음 달 말 국내 개봉을 확정하고 예열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여름 성수기에 맞춰 개봉하는 국내 대작들과 함께 관객들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테넷’은 전작들에서 ‘시간’을 플롯의 주 소재로 사용했던 놀란 감독의 정체성이 묻어있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래를 바꾼다는 얼개로,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스파이물이다. 놀란 감독은 “‘테넷’은 스파이의 영화의 관점에서 시작해 이후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희망적이고 신선한 방식으로 여러 장르를 가로지른다”고 설명했다.
놀란 감독은 그동안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세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를 포함해 ‘다크 나이트’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덩케르크’ 등 창조적인 영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은 그런 놀란 감독이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소개한 작품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7개국을 오가며 촬영된 ‘테넷’은 해외 로케이션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놀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이맥스 카메라와 70mm 필름을 사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국제 첩보전의 스펙터클을 확장했다. 장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액션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테넷’의 개봉은 세계적으로 침체한 세계 영화계뿐 아니라 국내 영화계에도 숨통을 틔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비 회수 등의 어려움으로 ‘테넷’의 개봉이 미뤄질 수 있다는 영화계 안팎의 시각과 달리 놀란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영화로 전 세계 관객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 개봉을 감행했다고 한다.
영화 타이틀롤은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맡았다. 로버트 패틴슨도 놀란 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케네스 브래너,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과 마이클 케인 등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테넷’ 개봉에 앞서서는 배트맨과 조커와의 대결을 그린 ‘다크 나이트’ 3부작이 재개봉해 개봉 분위기를 달군다. 오는 24일 ‘배트맨 비긴즈’, 7월 1일 ‘다크 나이트’, 7월 8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한 주씩 2D와 IMAX, 4DX 버전으로 상영된다.
극장들은 ‘테넷’의 개봉을 반기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했던 극장가는 지난 4일부터 ‘침입자’등 국내 상업영화 개봉과 영화진흥위원회의 할인권 배포로 조금씩 관객 수를 회복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대작들인 ‘모가디슈’ ‘승리호’ 등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시장으로 밀려나면서 극장들로서는 영화관 최고 성수기인 7~8월의 관객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놀란 감독의 ‘테넷’은 성수기 극장 관객 회복세를 이끄는 끌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신작으로는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등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월트 디즈니의 ‘뮬란’도 7월 24일 개봉을 확정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