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남성은 정규직 아나운서로,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로 채용한 방송사에 ‘성차별적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15일 남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여성 아나운서를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한 모 방송사의 선발 방식에 대해 ‘성차별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성별로 대우를 달리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방송사는 1990년대 이후 남성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여성은 예외없이 계약직과 프리랜서로 선발했다. 기존 아나운서 결원 보직에 여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달리해 모집·공고를 내리기도 했다. 모집 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한 것이다.
진정인들은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고용형태가 달라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 방송사는 “공교롭게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성차별의 의도가 없었다”며 “실제 모집요강 등의 절차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로 제한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여성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전환한 것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환경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방송사에 성차별적 채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진정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더불어 방송사 본사 및 지역 계열사에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