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당국자를 내세워 “남측당국과 더는 마주앉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장금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7일 ‘께끈한 것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일이 없을 것이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지금까지 북남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장 부장은 전날 청와대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 “지난 시기 오랫 동안 써먹던 아주 낡은 수법대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감히 그 누구를 위협하는 따위의 가소로운 입질까지 해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느니,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느니,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에 있다느니,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느니 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해볼 심산으로 눈을 질끈 감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러대는 꼴을 지켜보았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여지껏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묵인했다는 우리의 다불림 앞에 시달리고 쫓기던 데다 제 집안 내부에서도 굴욕적인 저자세 정책, 북 하명에 굴종하는 정책이라는 비난 공세를 받아왔은지라 이번 만은 체면 유지가 절실했던 모양”이라며 “북남 선언과 합의를 휴지장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데 도대체 책임을 누구보고 지란 말인가”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신성시하는것을 건드려 우리 인민을 격노하게 만들고 정세를 걷잡을 수 없는 막바지로 몰아온 도발자가 과연 누구인데 감히 누구에게 매를 들겠다는 것인가”라며 “응당한 죄값을 치르는 봉변을 당한 것 뿐인데 가책을 받을 대신 저렬하게 사태의 책임을 노하며 우리더러 그것을 지라니 우리는 기꺼이 책임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비겁하고 나약하고 때없이 께끈하게 노는 상대와 골백번 마주앉아야 이행될 것도 없고 북남관계의 앞날도 보이지 않는데 책임진들 무엇이 두렵겠는가”라며 “우리는 지켜볼수록 혐오스럽고 께끈한 남측당국과 더는 마주앉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남 관계가 총파산된데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해 눈섭 하나 까딱할 우리가 아니다. 득실 관계를 따져봐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실도 없다”며 “집권기간 치적쌓기에 몰두해온 남조선 당국자에게나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이지 우리는 지금까지 무슨 득을 보려고 남측을 상대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고가 나온 지 사흘 만인 전날 오후 2시50분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