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공개적으로 특사 거절한 北, 불신 상당히 큰 듯”

입력 2020-06-17 11:04 수정 2020-06-17 11:07
송영길 의원. 뉴시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우리 측의 특사 파견 제안을 북측에서 거절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와 관련 “북측의 불신이 상당히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의) 발표에 따르면 아무래도 (우리 측에서) 비공개적인 제안이 갔던 것 같은데 그것을 공개해 거절의 의사표시를 한 것을 보면 상당히 불신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인터뷰는 청와대에서 특사 제안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뤄졌다.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측에서 1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구성된 특사 파견을 제안했으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후 입장문을 내고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오다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바 있다.

송 의원은 “4·27 판문점 선언이 2년째 되는 해에 그 상징적 건물인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것은 그만큼 그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그들의 불만이 쌓여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폭파하는 행위는 상당히 큰 충격이자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9·19 합의도 무효화시키는 방안으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이번에 배포된 대북전단의 경우 사실 우리가 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좀 조악한 것들이 많았다”면서 “판문점 선언 이후 이런 행위가 매해 10여회씩 반복됐는데, 이를 방치한 것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 실패 이후 지속적으로 아무것도 진전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두고 ‘역스럽다’ ‘혐오감을 느꼈다’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진주하는 것으로 이미 예고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금강산에 있는 시설물들에 대한 폭파 등도 벌어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제가 단정할 수는 없다. 사실상 안 되기를 바라고, 이러한 행위와 무력 사용은 절대 중단돼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북측의 군사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도 상응하는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서로 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안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추가적인 도발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할 필요가 있음과 동시에 4·27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협력 문제는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야 할 문제이지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불행 중 다행이다’라고 하는 것이 ‘사고가 잘 났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 않느냐. 더 심한 군사적 긴장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