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엄중 경고’가 매섭다. ‘서울 불바다’라는 표현까지 소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파렴치의 극치’라는 논평을 내고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더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서울 불바다는 남북관계의 ‘역린’과도 같다. 1994년 3월 판문점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처음 언급해 남북 관계를 급랭시켰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무단 폭파 다음 날인 이날 동시다발로 남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쏟아내고 있다. 군 총참모부는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했다. 남북관계가 2000년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향후 추가적인 군사도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대변인 발표문에서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했다.
대변인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 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해 전선 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이어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과 금강산 지역은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었다. 이들 지역에 다시 북한 정예부대가 주둔하면 한반도의 화약고로 바뀔 수 있다. 이는 또 문재인 정부 최대 대북 성과이자 '한반도 안전판'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의 파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남북간 우발적인 무력충돌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대남 비난 선봉에 섰다.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판하며 남북관계 교착 원인을 남측에 돌렸다. 남한 정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특사로 보내겠다고 제안했으나 김 제1부부장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