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이 숨지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을 챙긴 생모 A씨 사건과 관련, 큰딸 B씨가 “우리를 자식이 아니라 지갑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17일 “저와 동생을 사랑으로 키워준 아버지와 새어머니께 B씨가 ‘고생 많았다, 고맙다’ 이 한마디만 했어도 양육비 소송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 “아버지는 천륜이니 너무 험하게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생모는 처음부터 미안함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B씨의 아버지 C씨(63)가 A씨(6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A씨는 C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두 사람이 1988년 협의 이혼한 시점부터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A씨가 부담하지 않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양육비 산정액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작은 딸 D씨가 순직하자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딸들에게 연락도 없이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다가 돌연 찾아와 저지른 짓이었다. C씨는 두 딸을 홀로 키우기 위해 배추·수박 장사 등 노점상을 운영하며 어렵게 생활해왔다고 한다. 이 사정을 다 아는 B씨는 생모를 향해 “우리를 지갑으로 봤다”며 분노했다.
B씨는 “양육비를 청구한다기 보다 A씨가 상속법에 의해 가져간 동생의 권리 반절을 되찾고자 시작했다. 거기에 전제되는 것은 도덕적 반성이고 사과였다”며 “미안한 걸 알고 (순직 유족급여 등을) 가져가라는 거였는데 당당했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정한) 양육비 7700만원은 A씨가 받아간 순직유족급여 금액과 비슷하다”면서 “판사님도 그 돈만큼은 저희를 키워준 부모님이 마땅히 가져가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송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라고 불리며 세간에 알려졌다. 앞서 가수 겸 배우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는 동생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일명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린 바 있다. 이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20대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B씨는 이와 관련 “당연히 통과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