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를 김여정 후계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16일 밤 페이스북에 ‘김정은 대신 김여정이 나선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김정은 남매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다”면서 김여정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쓸어버리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김정은 남매에게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믿고 싶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예상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정일 정권 시절 북한은 그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썼는데, 지금 김정은 남매는 협상의 시간조차 없이 한번 공개하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북한판 패스트트랙 전술’을 쓰고 있다”며 “김정은 남매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는 대한민국을 흔들어 미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북한 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를 김여정 후계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이번에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지 않고 김여정을 내세우고 있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당, 외곽단체, 총 참모부’등 북한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6일 오전 북한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 군사위원회에 군사적 행동계획을 보고해 승인받겠다고 발표한 후 오후에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후 북한 주민에게 그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군부가 이렇게 순식간에 ‘계획보고-승인-계획이행-주민 공개’를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 출입하던 극히 제한된 인사들 외 일반 북한 주민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조차 모른다. 몇 시간 간격으로 주민에게 폭파 결정과 과정을 알린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지금까지 북한군과 김정은 사이에 제3의 인물이 없었으나, 이제는 김여정이 있다. 김여정 한마디에 북한 전체가 신속히 움직이는 새로운 지휘구조를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남매는 김여정이 여성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라는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며 “나는 이번 폭파사건을 보면서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 일당을 일거에 숙청해 짧은 기간에 체제와 정권을 공고히 했던 때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지도자의 무자비함을 각인시키는 데는 ‘중요 인물 숙청’이나 ‘건물 폭파’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김정은 남매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에 관심이 있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핵 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남북관계에서 핵을 가진 ‘북이 갑이고 남이 을’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보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김정은 남매의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강경하고 단호한 자세와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최상의 방책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며 “이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더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우리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압류 몰수한다면, 우리도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들을 법적 투쟁을 통해 동결·압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번 연락사무소 폭발 사건도 국제법에 따라 반드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또 유엔안보리에 공식 상정시켜 북한의 비이성적 행위를 반대하는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