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제게 영웅입니다” 45일 입원 확진자의 편지

입력 2020-06-17 07:51 수정 2020-06-17 07:58
45일 입원 환자에게 감사편지 받은 인천의료원 의료진. 사진=인천의료원 제공/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에서 45일간 입원했던 환자가 “의료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감사 편지를 남겼다.

인천시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중순 공항검역 과정에서 발열 증상을 보여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45일간의 긴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초 퇴원했다.

A씨는 퇴원하며 남긴 편지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을 하게 됐을 땐 그래도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게 무서워지고 답답해져 갔다”며 “그럼에도 제가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고글 너머로 맺힌 땀을 보면, 그와 대비되게 가볍고 편한 환자복 차림의 제 모습이 너무 죄송했다”며 “오히려 저에게 답답하지 않냐며 질문해주시고 좀만 참자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후광이 보였던 것 같다. 제겐 그 어떤 히어로들 보다 멋있는 영웅”이라고 했다.

이어 “길어지는 입원 생활에 차마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날도 있었다”며 “그때도 그 무겁고 답답한 방호복을 새로 입고 성큼 병실에 오셔서 저를 달래주시던 모습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입원해 있던 45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제가 바이러스와 싸울 의지를 북돋아 주신 선생님들 덕분이었다”며 “이 병이 저 자신이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싸운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선생님들의 배려와 보살핌 덕분에 저의 병원 생활이 단순히 힘든 시간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 같다”며 “어쩌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을 소중한 기억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A씨의 감사 편지 사연은 최근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이 ‘인천의료원 42병동 환자의 감사 편지’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제작·공개해 다시 화제 되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인천의료원에 입원한 지 약 5개월이 지나면서 의료진도 지쳐갈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런 격려 편지가 큰 힘이 된다”며 “현재 의료원에 입원 중인 110여명의 환자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