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핵화’ 표현 빼고 “한국 전폭 지지”…“북한 추가행위 말라” 경고도

입력 2020-06-17 07:28 수정 2020-06-17 10:00
미국 국무부, 논평서 북한에 경고음 발신
“남북관계 한국 노력, 전적 지지”…‘비핵화’ 대목 빠져
“남북협력, 비핵화와 발맞춰야” 기존 입장과 달라
트럼프, 북한 도발에 ‘침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경찰 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과도한 물리력 사용으로 민원이 제기된 경찰을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국민일보의 질의에 이 같은 논평을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침묵을 지켰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에 대한 지지를 역설했다.

이번 국무부의 논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사업이 이슈가 될 때마다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남북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남북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미국 정부는 한국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사업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구멍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논평에서는 ‘비핵화와 발맞춰’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의 틀은 유지하면서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예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담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원칙론적 표현으로, 남북 협력사업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최근 공세는 남한에 집중되고 있으나 미국을 겨냥한 압박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타깃을 남한에서 미국으로 바꿀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이 도발할 경우 대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고 애를 쓰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침묵을 지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북한 도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북한의 전략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