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패 암운’ 한화,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입력 2020-06-16 22:06
한화 이글스 3루 주자 노시환(오른쪽)이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LG 트윈스와 가진 프로야구 홈경기 7회말 2사 만루 때 타자 김민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홈을 밟고 김태균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프로야구 사상 최다 타이기록(18경기)에서 가까스로 끊은 연패의 암운을 다시 드리웠다. 리그 1·2위와 6연전을 펼치는 고난의 주간을 패배로 출발했다. 다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점수를 만회하는 집념을 발휘해 재도약 의지를 확인했다.

한화는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LG 트윈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 1차전에서 5대 9로 졌다. 중간 전적 9승 28패. 한화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홈 2연전을 모두 이겨 연패를 끊고 도전했던 시즌 첫 3연승은 불발됐다.

한화의 최원호 감독대행은 이날 타순을 조정했다. 그동안 중심타선에 배치했던 노시환을 8번, 제러드 호잉을 6번으로 내렸다. 연패를 끊은 두산과 홈 2차전에서 올 시즌 1호 홈런을 쳐 타격감을 회복한 베테랑 김태균은 4번 타자로 복귀했다. 하지만 타선은 경기 중반까지 살아나지 않았다.

LG는 1회초부터 5점을 뽑아 한화의 기를 꺾었다. LG 4번 타자 채은성은 1사 1·2루에서 좌중간을 가른 1루타로 선취점을 얻었고, 후속타자 박용택은 계속된 1사 1·3루에서 다시 좌중간을 뚫은 1루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이어진 2사 만루 때 정주현은 우익수 오른쪽으로 흐른 3루타를 쳐 주자 전원을 모두 홈으로 불렀다.

LG 포수인 7번 타자 유강남은 3회와 5회에 타석을 밟을 때마다 적시타를 쳐 점수를 7-0까지 벌렸다. 한화 선발 장민재는 유강남에게 두 번째 적시타를 맞은 5회초 2사 때 강판됐다. 4⅔이닝을 9피안타 7실점하고 시즌 4번째 패배(1승)를 당했다.

한화는 7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 김민하의 밀어내기 볼넷, 후속타자 정은원의 좌전 2타점 적시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LG는 8회 정주현과 9회 채은성의 솔로 홈런으로 2점을 더 달아났다. 한화는 9회말 김민하와 김태균의 적시타로 2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LG는 23승(13패)을 쌓고 리그 2위를 질주했다. LG 선발 정찬헌은 6⅔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1패)을 수확했다.

한화는 이제 LG와 남은 홈 2연전, 오는 19일부터 펼쳐지는 선두 NC 다이노스와 원정 3연전을 앞두고 있다. 연패를 끊었던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주말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새로운 연패의 길로 들어설 위기에 놓였다.

한화의 탈연패와 사과문은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KBO리그를 미국에 생중계하는 ESPN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KBO리그 파워랭킹에서 한화를 최하위인 10위로 평가하고 “18연패를 끊은 뒤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점에 사과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프로 구단이 성적 부진을 자책하고 쇄신을 약속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미국에서 이색적으로 비친 것으로 보인다.

ESPN은 한화가 앞서 18연패를 당하는 동안 선취점을 뽑은 경기가 5차례뿐이고, 7회 이후에 주도권을 잡은 경기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한화는 이날도 LG에 초반부터 대량 실점해 빼앗긴 주도권을 단 한 번도 찾아오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