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배정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하던 상임위에 배정받지 못한 의원들의 볼멘 소리는 매번 상임위 배정 때마다 나오곤 했지만 이번엔 유난히 홀대받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분위기다.
국회 18개 상임위 중 의원들이 앞다퉈 가고 싶어하는 인기 상임위가 있다. 지역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국토교통위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무위 등이다. 반대로 기피 상임위도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데다 당장 지역구 활동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국방위가 대표적이다. 워낙 인기 상임위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역대 원내대표들 사이에선 “여야 협상보다 상임위 배정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번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원내대표 선거 때 내걸었던 ‘초선 상임위 우선 배정’ 공약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인기 1순위 상임위인 국토위에 18명을 배정했는데 이 중 초선 의원이 12명에 달한다. 산자위에도 초선 의원들을 다수 포진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명단을 공개하며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국토위, 산자위 등 많은 의원님들이 선호하시는 상임위는 권역별로 안배했다”며 “여러가지 정무적 상황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게 안배했다고 밝힌 국토위에 공교롭게도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만 쏙 빠졌다. 국토위엔 진선미 의원 등 서울 4명, 조응천 의원 등 경기 5명, 강준현 의원 등 충청 4명, 김회재 의원 등 호남 3명, 인천 1명이 포진했다. 하지만 처음 국토위를 지망했던 부산의 최인호 의원을 비롯해 아무도 국토위에 가지 못했다. PK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 면담을 신청해 지역 관련 공약을 챙겨야하니 국토위에 PK의원 중 한 명을 꼭 배치해 달라고 당부했던 터였다. 이들 상당수가 친노·친문 그룹으로 지난 번 원내대표 선거 당시 전해철 의원을 도왔던 터라 당내에선 ‘홀대론’이 솔솔 흘러나왔다.
반대로 원치 않던 국방위에 배치된 의원들 면면에도 시선이 쏠렸다. 지망하지 않았으나 국방위로 가게 된 대표적인 인물이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황희 의원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전 의원이 주도하는 ‘부엉이 모임’ 멤버다. 전임 국방위원장이었던 안규백 의원이 국방위에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끈다. 통상 전임 위원장을 해당 상임위 위원으로 연달아 배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전 위원장이었던 안 의원과 이번에 선출된 민홍철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상임위 회의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안 의원 역시 이번에 국방위를 지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예상을 뒤엎는 상임위 배정 결과도 있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사법개혁 키워드로 영입한 ‘판사 3인방’ 최기상 이수진 이탄희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중 최 의원만 법사위로 배정받았고, 이수진 의원은 산자위, 이탄희 의원은 환노위로 가게 됐다.
최근 건강 문제를 호소한 이탄희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면담을 통해 상임위 배정을 모두 위임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 과제로 최전선 상임위가 될 법사위를 공석으로 두기에는 무리라고 김 원내대표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본인이 환노위에 배정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경희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 신동근 의원이 법사위에 들어간 것도 의외라는 평이 많다. 인천 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신 의원은 인천 고등법원 유치라는 지역 현안때문에 2순위로 법사위를 희망했다고 한다. 신 의원은 16일 법사위 첫 전체회의에서 “치과의사 출신이라 복지위를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법사위로 오게 됐다”며 “비법조인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