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통일부가 대북전단 문제에 너무 둔감하게 대응했다”며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김 원내대표의 강력 질타에는 통일부가 대북전단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북관계 개선에 미온적이었다는 당내 불만이 반영됐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관련 담화문이 나온 이후 통일부의 대응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당시 통일부는 ‘전단 살포 금지 법률 정비를 준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날 북한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한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통일부의 인식이 얼마나 둔감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민주당에선 “북한이 이 정도로 사태를 키울 때까지 예측을 못했다는 건 정말 큰 문제”라며 통일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는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북한이 남북 간 공식 연락 채널을 전면 차단한 이후 통일부의 대처 방식도 문제삼았다. 그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니 통일부가 입장을 바꿔 탈북자 단체를 고발했는데, 당시 현행법 위반이라 판단된 법률이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이었다. 이건 원래 있던 법률”이라며 “통일부가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을 위한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일했어야 했는데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진작에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미리 대북전단 살포를 막았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김 원내대표는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제 몫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보수정권 9년간 통일부가 ‘없는 부처같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성과를 내는 부서가 통일부였어야 했는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최근 상황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이어 “통일부는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 실현에 선봉장 역할을 하는 부서다. 가장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길이 없으면 길을 개척하는 부서”라며 “통일부가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장관부터 모든 통일부 공직자들이 그런 자세를 갖고 있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저희가 미흡했다”면서도 “통일부가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의 권한도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권한이 부족해 대북전단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고 답한 것이다. 뒤이어 질의에 나선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김 장관의 답변 태도를 꼬집었다. 전 의원은 “권한이 없다는 말씀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무직 장관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선 통일부가 문재인정부의 역점 과제인 남북관계 개선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때 통일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적잖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오히려 교체 시기를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일부가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금강산 관광이나 여러 대북 사업을 나서서 했어야 하는데 못 한 게 너무 아쉽다”며 “지금은 (교체를 말하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