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생 5명 중 1명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학교 폐쇄 기간 하루에 1시간도 공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안으로 실시됐던 온라인 수업에서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학생 간 학습량 차이가 5배에 달해 ‘학습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 학생 1000만명 중 200만명가량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영국 전역에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되던 지난 4월 4500여명의 5세 이상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영국은 지난 3월 대학을 비롯해 전국 초·중·고교의 문을 닫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평균 공부 시간은 2시간30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하루에 4시간 이상 공부하는 학생은 17%에 불과했다.
계층에 따라 공부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드러났다. 부유층 자녀들이 많은 사립학교 학생들의 31%가 ‘하루에 네 번 이상 온라인 수업을 매일 받았다’고 답한 반면, 공립학교에서 이같이 답한 학생은 6%에 불과했다. 온라인 수업 횟수가 하루 1번이거나 심지어 아예 없었던 공립학교 학생의 비율은 71%에 달했다.
디지털 기기의 소지 유무도 공부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에 참여한 사립학교 재학생의 대부분(97%)은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급식 대상자인 아이들은 5명 중 1명꼴로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전체 학생의 20%인 200만명이 학교 폐쇄 기간에 학교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정상적인 교육 환경에서 소외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주도한 프란시스 그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교가 폐쇄된 상황에서 아이들의 학습량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여실 없이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학생 세대의 교육 발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재택 학습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최대 관심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립교육연구재단(NFER)이 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서 교사들은 “전체 학생의 60%만 정기적으로 연락이 닿는다”고 답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