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협박 사흘만에 연락사무소 폭파…군 투입이 다음 수순인가

입력 2020-06-16 18:26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붕괴를 공언한지 단 사흘 만에 실행에 옮겼다. 자신들이 그동안 해왔던 대남 비난 발언들이 결코 빈말이 아니며 언제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연락사무소 철거와 함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폐쇄,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이 조치들을 하나씩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락사무소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았다. 4·27 판문점선언 등 그간 도출됐던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성과를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북한이 폭파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연락사무소를 철거한 것은 더 이상 남북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서고 싶지 않다”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지난 12일 발언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한번 공언한 말은 반드시 실행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대남 공세 초기부터 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언해왔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어야 시끄럽기 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라고 깎아내렸다. 이튿날에는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들고 앉아있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밤에는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 수위를 올렸다.

북한은 군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예고해둔 상태다.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북한군 총참모부는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됐던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고 대남전단도 뿌리는 등 대남 적대 행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총참모부는 어느 지역에 군대를 투입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개성공단 또는 금강산 지역이 대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은 개성공단 건립 이전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로 꼽혔던 곳이다.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 시간 내 도달할 수 있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일대에는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을 추진하던 당시엔 군부가 개성이 군사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 착공 이후 이들 부대는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이동했다. 북한이 앞으로 방사포·전차부대를 개성 지역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도 이 지역에 군대를 다시 배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 개성에 장사정포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에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남북 간 군사적 완충구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9·19 합의에 따라 이뤄졌던 감시초소(GP) 철수 조치를 철회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