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총리 발언 등록금 반환 아니다” 발끈한 이유

입력 2020-06-16 18:15

교육부가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업 질 저하에 따른 환불은 대학에 따질 일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고 대학은 이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학생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6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의 발언이) 등록금 반환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여러 방안을 찾겠지만 적어도 등록금 환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등록금 반환 요구와 관련해 대학별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총리의) 말씀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학가에선 등록금 반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자 교육부가 발끈했다. 교육부는 출입 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 차관의 등록금 발언 내용은 등록금 반환이 아니라 학교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이란 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달갑지 않은 전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학생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으로부터 교육 서비스를 받는다.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면 등록금을 챙긴 대학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이 서비스 질 관리에 실패해 학생 불만을 야기했다면 자체 예산이나 적립금을 풀어 해결할 문제지 국고를 투입할 사안이 아니란 입장이다. 대학과 교수들이 원격 강의의 질 저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질 저하를 공인하는 점도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은 저소득층일수록 장학금 혜택을 많이 주는 ‘하후상박’ 구조다. 만약 등록금 부담액만큼 국고를 풀어 보전해준다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도 아닌 9·10분위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설명이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특별장학금을 논의해왔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면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금과 자체 예산을 합해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다음 학기 학비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감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이 있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3차 추경에서 1900억원가량 요구했으나 예산당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교육계에선 정 총리까지 나서 해법을 주문하면서 예산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