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문제를 긴박하게 논의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2시간여만이다.
특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지난 15일 북한을 향해 “대화의 창을 닫지 말라”고 제안한 다음 날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직전까지도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이 제안은 유효하다”고 했었다.
NSC는 이날 오후 5시5분 개최됐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2시간여만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NSC 전체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정 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상황과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전까지도 관련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2시20분 브리핑에서 창녕 아동 학대사건에 대한 대통령 지시를 발표했다. 이후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과 4·27 판문점선언은 각고의 노력 끝에 남과 북이 함께 일궈낸 남북 공동의 자산이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시간인 2시 50분보다 불과 20분쯤 전이었다. 정의용 실장은 오후 3시에 열린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배석하는 등 통상 업무를 봤다.
문 대통령은 전날 6·15 20주년 기념식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서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돌파구’를 찾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방식으로 거절하면서 문재인정부 대북 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계 부처 장관들도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참석 중이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과 연기가 관측된 직후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회의에서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며 “조금조금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후 NSC 상임위 참석을 위해 자리를 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락사무소 폭파 전까지만 해도 통일부를 질타하면서 적극적인 대북 전단 단속을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에게 “통일부가 대북 전단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더라면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성과를 내는 부서가 통일부였어야 했는데, (남북 긴장 상황이 조성된) 최근 상황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후 연락사무소 청사 폭파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책회의를 연 뒤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임성수 이현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