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家 삼남 진대제 펀드로…세 아들 후계 구도는

입력 2020-06-17 00:03 수정 2020-06-17 00:03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배 스완 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왼쪽부터). 한화 제공

김승연(68)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동선(31)씨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사실 16일 알려졌다. 최근 장남 김동관(37)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대한 투자로 주목받았다. 차남 김동원(35) 한화생명 상무는 디지털 중심의 조직 개편이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이 건재한 가운데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세 아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동선씨는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이끄는 1세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김 전 한화건설 팀장은 지난 3월 승마선수 활동을 은퇴한 뒤인 지난 4월 스카이레이크에 입사했다. 선수 생활을 정리한 뒤 한화그룹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외부 투자사에서 일하게 됐다.

김 전 팀장은 은퇴할 때 투자은행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경영에 있어 인수·합병(M&A), 신기술 투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등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그는 PEF 운용사에서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카이레이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2006년 설립했다. 진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경기고 동창으로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종목에 참가한 삼남 김동선(오른쪽)씨의 말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쓰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다트머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전 팀장은 2014년 한화건설 과장으로 그룹에 처음 발 디뎠으나 2017년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물러났다. 이후 독일에서 요식업에 투자하고 말 사육장 등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활동하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김 전 팀장은 향후 다시 그룹에서 일할 경우 PEF 운용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PEF에서는 신기술 및 신사업 투자 등 경영 전반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수소 등 신사업에 많은 관심이 있고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도 퇴사한 이력이 오점으로 남아 있다.

차남인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인 김동원 상무는 최근 한화생명 조직을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및 신사업을 중심으로 본사 조직을 개편하고, 40대 젊은 임원들을 중용했다. 기존 13개 사업본부 50개팀에서 15개 사업본부 65개팀으로 변경했는데 15개 사업본부 중 9개 본부가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를 맡게 된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한화 제공

전체 임원 56명 중 디지털 및 신사업 담당 임원 22명은 평균 연령이 45세로 전체 임원 평균 연령(53세)보다 확 젊어졌다. 기술전략실, 빅데이터실, OI 추진실, MI실 등이 새 조직이다. 기술전략실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서 AI, 미래 신사업 전략 담당, O2O 서비스를 담당한 인력을 영입해 만든 조직으로 핀테크와 인슈어테크 관련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실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객분석과 디지털 기반의 고객관리를 추진한다. OI(Open Innovation)추진실은 신규 아이템 발굴과 개발을 맡는다. 업무 방식도 바뀐다. 개편된 조직 체계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리더를 맡는다. 한화생명은 조직 개편이 더 큰 효과를 내도록 기존 성과관리체계인 KPI를 없애고 OKR이라는 새로운 성과관리체계를 도입했다.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한 김 상무는 2014년 한화L&C에 입사했다.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자리로 옮긴 뒤 전사혁신실 상무,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거쳐 2018년 말부터 한화생명의 해외사업과 미래혁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경영 활동의 폭을 넓혀 가면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2007년 부친 김 회장의 ‘폭행 사건’ 관련 초기 피해자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동선(오른쪽)이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왼쪽)과 어머니 서영민 여사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대한 투자로 안목을 인정받았다. 니콜라가 미국 주식시장에 최근 상장됐는데, 한화가 당초 1200억원으로 취득한 니콜라 지분 6.13%의 가치가 16억달러(1조9200억원)가 됐다. 한화의 니콜라 투자 결정에 김 부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 부사장은 10년 동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2018년 초 투자 최종 결정을 위해 니콜라 관련 정보를 수집할 때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활용했다.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과의 만남도 김동관 부사장이 주도했다. 그는 지금도 밀턴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업적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부사장은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큐셀 상무 등을 거쳐 올해 1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태양광에 주력해왔다. 니콜라 투자를 계기로 한화솔루션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2011년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한화 선수들과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의 중심에 있다. 세 아들 중 가장 먼저 회사에 입사해 니콜라 투자 등을 통해 안목을 인정받고 있고 안정적인 행보를 보인다. 한화솔루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0.5% 상승한 2조 2484억원, 영업이익은 61.7% 증가한 1590억원이었다. 세 아들 중 유일하게 기혼이다. 지난해 10월 입사 동기였던 여성과 결혼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구상을 일찌감치 마쳤다고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남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화학 분야, 차남은 핀테크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분야를,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은 리조트·건설 분야를 맡아왔다”며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 내부에서는 경영권 승계 이슈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건재하고 세 아들 모두 아직 30대로 이제 경영을 배우는 단계”라며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제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 아들의 승계 관련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