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 도정이 위기다. 코로나19 사태 반년째에 접어들면서 예산 집행을 둘러싼 제주도의회와의 마찰은 물론 잇단 요직 인선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결정 사안마다 지역사회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과 제11대 제주도의회가 출범과 함께 설치한 제주도·제주도의회 상설정책협의회가 갑작스레 결렬됐다. 개최를 2시간 앞두고 제주도의회가 먼저 불발을 선언했다.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2020년도 제2회 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방향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없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협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문화”라며 제주도와 소통의 어려움을 거론했다.
이날 협의회 무산은 제주도가 7월 지급하기로 한 2차 제주형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도의회는 지난 5월 제주도가 제출한 1회 추경 예산안을 원안대로 의결하면서 ‘2차 지원금 전 도민 지급’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제주도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소신과 원칙에 따라 ‘선별 지급’을 고수해왔다. 1차 지급도 중위소득 100% 이하 및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급감 가구에 초점 맞춰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가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한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실제 코로나19로 소득이 크게 준 가구들이 증명이 어려워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제주도의회는 지역 여론을 반영해 ‘2차 전 도민 지급’을 계속 요구했으나 제주도는 여전히 선별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지난 11일 협의회를 앞두고 제주도가 의회에 제출한 2차 추경 예산 집행계획안에서 제주도는 축제, 행사, 박람회 등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하는 것으로 의회에 맞섰고, 의회는 협의회 불발을 선언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꼬리를 내렸다. 협의회 무산 5일 만이다. 원 지사는 16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2차 지원금 전 도민 지급’을 발표했다. 원 지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던 ‘핀셋 지원’의 원칙을 ‘양보’한 셈이다.
제주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선별지급의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2차 지원에서는 도민 모두가 피해 회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협치를 존중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부연했다.
그러나 원 지사의 ‘통 큰’ 결정에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애당초 감염병 사태 장기화에 취약한 제주의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별 지급’이라는 자신의 정치색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정 요직 인선도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원 지사가 내정한 행정시장이 모두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안동우 제주시장 후보자는 22년 전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로 징역형(집행유예)을 받았다. 김태엽 서귀포시장 후보자는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3월 제주시 노형동에서 보도블록을 들이받는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자리를 떴다가 택시 기사의 신고로 적발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제주도는 지난 10일 이들 행정시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요청서를 도의회에 전달했지만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공직사회 내부로부터도 ‘인사 참사’라는 전방위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원 지사가 최근 임명을 강행한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을 놓고도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크다. 민선 6기 원 도정에서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최측근을 등용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특히 원 지사는 이번 인사에 앞서 이사장 임명을 한 차례 유보했는데 당시 문화계에서 원 지사에 추천된 최종 임용 후보자 2인이 모두 각 예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일궈온 인물이었다는 내부 목소리가 새어 나오면서 원 지사가 측근을 등용하기 위해 ‘재공모’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러는 사이 한해 150억원의 문화예술사업을 집행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공모와 재공모를 번복하며 6개월간 이사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둬야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전격 중단되며 아사 직전에 놓인 예술가들을 위한 고민 역시 그 시간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제주도 산하 문화기관인 제주도립미술관이 코로나19로 제2회 제주비엔날레를 전면 취소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 등으로부터 갑질 의혹을 받으며 감사 청구가 제기되는 등 지금 제주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인선하는 곳마다 불협화음이 꺼지지 않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