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널뛰기 증시’… 코스피·코스닥 석 달 만에 ‘더블 사이드카’

입력 2020-06-16 17:09 수정 2020-06-16 17:16

“아무리 비상시국이라지만, 이런 널뛰기 장세는 처음 보네요.”

10년 넘게 전업 투자자로 활동한 김진형(가명·54)씨는 최근 이틀 간 주식계좌 평가 손익이 수천만원 단위로 오르내렸다. 지난 15일 101포인트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다음 날인 16일 107포인트나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을 연상케 하는 폭락장에서, 불과 하루 만에 기록적 폭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김씨는 “요즘 증시 자금이 늘어나며 글로벌 불장(상승장·Bull-Market)이 열렸다곤 하지만, 증시가 과도하게 출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 2차 유행, 북한 이슈 등 부정적 뉴스에 통상 낙폭보다 크게 떨어지고, 유동성 확대 등과 같은 호재에는 반색하며 급등하는 극단적 흐름이 하루 단위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코스피는 107.23포인트(5.28%) 급등한 2138.0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79억원, 4732억원을 순매수했다. 하루 전 7% 이상 폭락했던 코스닥지수는 이날 6.09% 급등한 735.38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430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전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이 4% 이상 치솟자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를 나란히 발동했다. 지나친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같은 날 발동된 건 지난 3월 이후 석 달 만에 처음이다.

투자 심리를 하루아침에 돌려놓은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경기 부양책 지속’ 선언 덕분이었다. 미 연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존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넘어 개별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개별 회사채 매입 발표,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일부 완화 등의 호재가 증시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등 이슈에 따라 증시 변동성의 지속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이 증시 변동성을 과도하게 키우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리나라엔 ‘동학 개미’, 미국에선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며 “증시에 유동성과 활력을 더해줄 수 있지만,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시장 회복세와 달리 실물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산가격 버블(거품)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