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단독’ 브랜드 등장…쿠팡 영향력 더 커지나

입력 2020-06-17 05:00
왼쪽은 아모레퍼시픽이 쿠팡 전용으로 출시한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 제품들. 오른쪽은 SPC삼립의 쿠팡 전용 브랜드 '얌' 제품들. 각사 제공

아모레퍼시픽과 SPC삼립이 쿠팡에서만 살 수 있는 단독 브랜드를 내놨다. 자체 브랜드(PB) 방식이 아니라 쿠팡용 브랜드를 내놨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시도다. 유통업계는 쿠팡의 위상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SPC삼립은 쿠팡과 협업해 간편식 브랜드 ‘얌(YAAM!)’을 지난 15일 론칭했다. 베이커리, 샐러드, 죽, 수프, 샌드위치 등 17종 제품을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에서만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스킨케어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Enough Project)’를 내놨다. 이 브랜드 제품 또한 쿠팡에서만 판매된다.

두 회사 모두 쿠팡 단독 브랜드 론칭에 대해 비슷한 이유를 내놨다. 이커머스 유통을 확대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놨다는 것이다. 일종의 온라인 유통 강화인데, 쿠팡 전용 브랜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전용으로 채널을 넓히기보다 ‘쿠팡 단독’으로 시선을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영향력이 확인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제조사가 이커머스 업체 한 곳과만 협업해 단독 브랜드를 낸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에 적자가 쌓여있다는 등의 재무적인 관점에서 협업을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보다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쿠팡 단독 브랜드는 의미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쿠팡의 위상이 얼마만큼 올라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업계 반응은 비슷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는데 처음 선택하기에 최적의 파트너로 쿠팡을 꼽을 만하다고 보고 있다. 여러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거래량 측면이나 배송 측면에서 쿠팡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입장에서도 쿠팡에서만 살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을 불러들이고 머물게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PB가 아니라 쿠팡 전용 브랜드가 나왔다는 점에서 긴장도 된다”며 “이같은 협업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쿠팡 단독’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제조사와 유통기업의 협업은 확대될 수도 있고, 의미 있는 시도로 그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협업이 확장될 것인지 사장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판로 확대를 꾀하는 제조사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유통업계 또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확장 가능성을 바라는 눈치다.

아모레퍼시픽이나 SPC삼립도 ‘쿠팡 단독’으로만 그치지는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를 찾았다. 앞으로 온라인 채널을 더 확장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삼립 관계자도 “현재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쿠팡이라고 보고 쿠팡 단독 브랜드로 시작한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채널로 판로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