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부산행’이었어요. ‘부산행’ 장소 섭외를 하려 한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폐허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부산행’이 흥행하면 이런 폐허에서 영화를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죠.”
‘K좀비물’의 이정표를 세운 1000만 영화 ‘부산행’(2016)의 속편 ‘반도’를 오는 7월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은 “전편이 흥행해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부산행’과 이어지면서도 별개의 완성도 높은 영화로 만들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제작비 200억원을 들인 ‘반도’는 ‘부산행’에서 4년이 흐른 후 폐허가 된 땅에서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들을 그린 블록버스터로,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등이 출연한다.
이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 제작보고회 자리였다. 최근 2020년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명단에 이름을 올린 ‘반도’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전편의 설정만 빌린 속편이 아닌 작품성을 인정받은 개별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배우들 역시 “‘반도’의 탄탄한 극본에 반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행’과 같은 시간대에서 좀비들로부터 탈출했다가 난민이 된 정석 역의 강동원은 “전작의 후속 이야기를 한다는 게 배우로서 부담일 수 있고 욕심도 덜 날 수 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며 “한국영화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계종말 이후)를 다룬 작품이 없었기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 역을 맡은 이정현은 “원래 좀비물을 좋아하지만, ‘부산행’은 극장에서 4~5번을 봤을 정도로 감독님의 팬이었다”며 “캐릭터도, 시나리오도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부산행’이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해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면, ‘반도’는 광활한 도심으로 공간적 배경을 확장했다. 액션도 더 강렬해졌다. 연 감독은 “아포칼립스 상황과 좀비를 이용해 더 빠른 액션을 구현하는 데 가장 많이 시간을 쏟았다“며 “체험적이었던 전편의 장점을 이어받아 이번 작품에서도 카체이싱과 총격전 등을 통해 관객이 영화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에는 성인 액션뿐 아니라 이레 이예원 등 아역배우들이 펼치는 스펙터클한 아역 액션도 추가됐다.
전편보다 더 풍성해진 컴퓨터그래픽(CG)도 관전포인트다. ‘반도’는 사전 제작 기간에 3~4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대개의 상업영화와 달리 1년의 사전제작 기간을 뒀다. 연 감독은 “한국이 4년 정도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홍수가 일어났을 수도 있고, 배가 넘어져 있을 수도 있다. 여러 상황에 대해 미술팀, CG팀과 공간을 디자인했다”며 “‘반도’는 CG를 엄청 많이 썼다. 볼거리가 엄청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작과 다른 배우들로 채워진 ‘반도’에는 독립영화계 스타인 구교환을 비롯해 김도윤 등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출연한다. ‘부산행’에서 그로테스크한 좀비 동작을 지도한 전영 안무가도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로 직접 출연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