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없다더니…일본판 사드, 민간지대 낙하 위험에 백지화

입력 2020-06-16 16:34

일본이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고 추진했던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민간지대 추락 가능성’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16일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 발표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고노 방위상은 이날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이지스 어쇼어를 아키타현, 야마구치현 등 두 곳에 배치하는 것으로 추진해 왔지만 미사일 발사 뒤 부스터(추진체)를 자위대 연습장 안에 확실히 떨어뜨릴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입을 결정할 당시에는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지금 단계에서 배치 비용과 기간을 고려하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지스 어쇼어는 날아오는 미사일 움직임을 레이더로 포착해 요격하는 ‘일본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이지스 시스템의 육상형 모델이다. 고성능 레이더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인 SM3의 발사 장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AP 연합뉴스

앞서 일본 정부는 2017년 12월 열도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2025년 배치를 목표로 총 2404억엔(약 2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아키타현의 아라야 연습장과 일본 남서쪽 야마구치(山口)현의 육상자위대 무쓰미 연습장 등 2곳을 후보지로로 선정하며 배치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정밀 분석 결과 2∼3㎞의 고도에서 중량 200㎏가량의 부스터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간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뒤 부스터를 연습장(기지) 안에 안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해 온 일본 방위성의 분석이 틀린 것이다.

개량을 하면 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사업을 완료하는 데 애초 책정한 2404억엔보다 2배가량 많은 4500억엔(약 5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고노 방위상은 “SM3 블록 2A 개발에 미일 양국이 2200억엔을 넘게 투입했다”며 “개량비용·기간 등을 고려해 배치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월 13일 미국 하와이에서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 체계인 미국의 ‘이지스 어쇼어’를 둘러본 뒤 인터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고노 방위상은 지난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해 중단을 승인받았고, 발표 하루 전에야 외교부와 배치 예정지인 두 현 지사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통신은 이를 두고 사업 중단으로 인한 방위 ‘구멍’을 어떻게 메울지 정부의 방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이지스함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유지한다”는 말 외에 방위상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신은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을 때 정말 좋나”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이 미국과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지스 어쇼어 사업 중단 관련 질문에 “고노 대신(방위상)의 판단은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검토를 진행한 결과다. 적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