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Fn터치]이번에도 유동성 마법에 기댄 증시 반등

입력 2020-06-16 16:09
중앙은행 유동성 결국 ‘독배’로 작용할 우려
기업이익 회복이 진정한 주가 안정 버팀목


<사진:연합뉴스>

요즘 전세계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다.

5월 미국의 실업률 감소 소식에 폭등했던 증시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회복 신중론에 곤두박질 친다. 코로나 2차 대유행 우려로 폭락하더니 이번엔 같은 중앙은행의 회사채 매입 한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침없는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에 발견되는 특징 하나는 ‘떨어지면 산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한결같은 뚝심이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80억원, 764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2410억원을 순매수하며 버텨냈다. 하루만인 16일 코스피, 코스닥 시장 모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할 정도로 강한 반등을 보인 이면엔 동학 개미들의 이같은 하락장 매수세가 눈에 뜬다.

이들의 버팀목은 역시 미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확신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이라도 한 듯 미 연준은 발행시장에만 국한했던 회사채 매입을 유통시장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해 급락하던 뉴욕 증시를 상승세로 되돌려놨다.

증권가에서는 16일 주가 급반등 이유로 연준의 유동성 공급 외에도 코로나의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주목한다. 그동안 구축된 방역시스템으로 인해 확산의 속도와 범위가 2~3월 1차 확산기보다는 낮고, 재확산되더라도 기업신용 마비로 치닫는 등의 금융리스크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메리츠 증권은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신용융자의 추가적인 증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 자금은 다시 한번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식시장이 일단 전날 까먹은 주가를 상당부분 만회하기는 했지만 향후 강한 랠리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는 그 이유로 이번 코로나 경기침체기 주가 반등의 강도와 속도가 여느 침체기보다 크고 빨랐음을 들고 있다. 이는 어쩌면 중앙은행 유동성에 기대 유지되는 장세가 머지않아 ‘독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7차례 미국 경기 침체 국면 주가 회복 속도를 비교한 결과 경기 침체 탈피 1개월 후 S&P500는 하락의 20~30%를 회복했다. 3개 월 후에는 30~50%를 만회했다. 70~80% 회복은 6개월 또는 1년 후에 나타났다.

반면 현재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 19 이후 하락 폭의 80%를 회복했다. 주가 회복 속도는 지난 4~5월을 바닥이라고 볼 경우 과거에 비해 3~6개월 정도 앞선 것이다
2000년 이전 경기 침체 국면에서 침체 탈피 후 6개월이 지나서야 하락 폭 대부분을 회복한 것에 비교하더라도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강한 랠리에 일단 제동이 걸린 이후 증시가 안정적인 궤도로 안착하려면 역시 기업들의 영업실적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유동성에만 기댄 랠리의 경착륙 위험에서 서서히 탈출하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연준이 당장 유통시장 회사채 매입이라는 처방을 내놓기는 했지만 처방의 강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증권 글로벌 매크로팀장은 “GDP나 기업이익은 미국 경기 침체 후 원상 복구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은데 지난 6월 FOMC에서 연준의 수정 경제 전망(2020 년 GDP -6.5%, 2021 년 +5.0%)은 미국 GDP 회복에 1년 이상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주가 회복 속도가 현 시점에서 더 가팔라 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