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친자인정 소송을 벌여 승소한 카라 보스(한국명 강미숙)씨가 자신을 버린 친부와 대면했다. 그러나 수십년 만에 만난 아빠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강씨는 15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A씨(85)와 만났다. 법원이 A씨를 강씨의 아버지로 인정한 후 처음 마주한 자리다. 앞서 그는 지난 12일 A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인지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인지란 혼인외 출생자를 그의 생부나 생모가 자기 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다. 유전자 검사 결과 강씨와 A씨는 99.9981%의 확률을 보이는 부녀관계로 확인됐고, 이를 근거로 법원은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도 아빠의 얼굴을 보진 못했다. 강씨가 A씨의 혼외자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A씨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를 쓴 채로 나타났다. 가족들이 붙여 줬다는 경호원 2명까지 대동했다. 친엄마를 찾고 싶다는 강씨의 말에도 “나는 모른다” “그런 일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나중에는 “유전자 검사조차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형식적인 면담이 계속됐다. 경호원들을 잠시 나가게 하고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A씨는 그마저도 거절했다. 강씨가 알고 싶은 건 친엄마의 존재다. 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A씨는 끝내 입을 열지 않고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강씨는 두 살이던 1983년 11월 충북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이듬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고 지금은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암스테르담에 거주한다.
두 살 난 자신의 딸을 보고 친엄마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우연히 DNA로 입양아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와 접촉했고 A씨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
강씨는 최근 언론에 “어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을지, 어린 내게도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었을지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며 “엄마를 찾아 마음의 평화를 주고 나와 딸이 맺는 것 같은 관계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