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꼬투리 잡아 대남 강경 기조로 급전환한 배경에 근시일내 자신들이 보유한 외화가 고갈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북전단 살포가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일임에도 최근 들어 북한이 유독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별도의 이유가 있다는 취지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한미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외화 부족에 대한 우려와 초조함 탓에 한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외화는 이르면 2023년 바닥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대북제재 조기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달라는 게 대남 위협 메시지 이면에 자리한 북한의 본심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2017년 8~12월 이뤄진 3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로 본격화됐다. 석탄, 철광석, 섬유, 해산물 등의 수출이 전면금지되면서 북한은 전체 수출 수입의 90%를 잃었다. 지도층의 주요 돈줄 역할을 하던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도 지난해 말을 끝으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에 경제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1월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폐쇄되면서 북한 엘리트층이 거주하는 평양에서조차 물자 배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인적 친분을 다져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점도 북한에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기대온 대북제재 해제를 더 이상 낙관할 수 없게 되면서 북한의 초조함이 고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요미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이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도록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오고 있다. 국제사회 동의를 얻어 나가는 노력도 계속하겠다”는 발언에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향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 설득이 여의치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미국 동의 없이 대북지원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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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