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 운영하는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문재인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한 댓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 댓글을 북한 관계자가 달았을 경우, 진보 정권 대통령의 실명 비난을 최대한 자제해온 북한이 대남 공세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의 ‘독자감상글’ 게시판을 보면 “문재인이 굴러온 평화번영의 복도 차버린 것은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인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라는 댓글이 15일자로 올라와 있다. 해당 댓글의 작성자는 자신을 경기도에 거주하는 음악인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디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문구로 돼 있다.
‘독자감상글’은 우리민족끼리가 게시한 각종 북한 보도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댓글 모음집이다. 작성자는 그동안 댓글을 적게는 하루에 한 번, 많게는 열 번 가까이 우리민족끼리에 게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10일 “문재인은 이명바끄네(이명박·박근혜)와 똑같이 놀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명목상 대남 매체여서 표면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댓글 작성을 허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댓글 작성자가 북측 관계자가 아닐 개연성도 일단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1년에는 매 문장의 첫 글자를 이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노골적으로 조롱한 이른바 ‘세로드립’ 시가 올라와 한동안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오는 댓글은 등록 후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 노출된다. 9년 전 ‘세로드립’ 사건은 관리자의 실수가 빚은 해프닝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댓글이 우리민족끼리에 게시된 뒤 관리자 승인을 받은 것을 미뤄, 북한 당국의 의중이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댓글 작성자가 자신을 경기도 주민이라고 밝힌 것 역시 신빙성이 높지 않다. 해외 거주 친북 인사이거나 아예 북측이 만든 가공의 인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보다 우세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댓글의) 진실 여부에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경기도의 한 주민이라고 주장하면 정말 특정하기가 힘들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