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와 친모의 상습 폭행에 시달렸던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아동이 집에서 탈출한 뒤 물탱크 시설에서 수 시간 동안 몸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양(9)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쯤 맨발로 거주지인 4층 빌라 난간에서 옆집 난간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이후 옆집에서 컵라면 등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고 계단으로 나가 물탱크가 설치된 공간에 숨었다.
이곳은 4층과 지붕 사이에 있는 좁은 밀실로, A양은 자신의 집과 옆집 사이에 설치된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입구 쪽으로 창문이 뚫려 있어 밖을 관찰하며 시간 흐름을 짐작한 것으로 보인다. A양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집에서 약 1㎞ 떨어진 편의점에서 주민에게 발견됐다. 이같은 시간 순서를 고려해보면 A양은 5~6시간가량 물탱크 시설에 머문 게 된다.
A양은 “건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에 숨어 있었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숨어있었던 공간을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빌라 구조 등을 고려하면 물탱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100%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옆집으로 넘어간 뒤 바로 건물 밖으로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 부모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붓아버지 B씨(35)는 날이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대 집으로 돌아오고 친모 C씨(27)는 오전 내내 집에 머무는데, A양은 그들의 눈에 띌 것을 우려해 숨어든 것이다.
다만 A양이 밖으로 나온 뒤 편의점까지 이동한 과정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인근 산을 타며 움직인 것 대신 논·밭이나 도로를 따라 내려온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주변 A양도 동선 관련 진술을 따로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A양이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A양은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심한 상처가 있었다. 또 손톱 일부가 빠져있기도 했고 머리에는 찢어져 피가 흐른 자국이 남았다.
A양 진술에 따르면 B·C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 프라이팬 등을 이용해 A양의 몸 일부를 지지는 학대를 해왔다. 또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했으며 쇠막대기를 이용해 A양의 온몸을 때렸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근 뒤 테라스에 방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A양은 감금 생활을 해왔으며 하루 한끼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