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서 70대 큰고니 ‘늦둥이’ 낳다… 사연도 가득

입력 2020-06-16 14:14 수정 2020-06-16 16:48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큰 경사가 났다.

사람으로 치면 70대에 해당하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커플이 처음으로 새끼 부화에 성공해 ‘늦깎이 부모’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큰고니 커플은 24년 전 야생에서 총상을 입고 구조된데다 당시 심한 상처로 아빠 큰고니는 우측 날개까지 없어 날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새끼를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덤으로 주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2호로 지정된 큰고니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따르면 아빠 ‘날개’와 엄마 ‘낙동’이 사이에서 지난 5월 28일 아기 큰고니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지난 1996년부터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큰고니 커플이 새끼 부화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백조로 불리며 순백색 몸에 노란색 부리가 특징인 큰고니는 야생에서 매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 측은 새끼 큰고니가 ‘아름다운 오리가 되라’는 소원을 담아 '미오(美오)'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

큰고니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큰고니 커플이 야생에서는 수명이 약 25년 정도로 사람으로 치면 70대 전후에 해당하는 늦은 나이에 늦깎이 부모가 된데는 에버랜드 동물원 측의 남다른 정성이 단단히 한몫을 해냈다.

날개와 낙동이는 1996년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리 부근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채로 조류보호협회에 구조돼 에버랜드 동물원에 긴급 후송됐었다.

특히 우측 날개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된 날개는 다행히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생명은 구했지만, 날개 일부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고 더는 하늘을 날지 못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장애를 가지게 된 큰고니 커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동물원에 서식 공간을 조성해줬지만,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지금까지 새끼 부화에는 성공하지 못해 왔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큰고니 커플이 올해는 꼭 2세를 가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주고 아늑한 집 구조물도 마련해줬다. 또 낙엽, 억새풀, 나뭇가지와 같은 둥지 재료를 인근 야산에서 직접 공수해와 크기별로 준비해주는 등 지난 겨울부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특히 큰고니는 이른 봄 교미 후 4∼5월쯤에 알을 산란하고 약 40일 정도 암컷이 알을 품은 후 새끼가 부화하게 되는 점을 고려해 에버랜드 동물원은 큰고니 커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타민, 칼슘 등이 포함된 영양식 공급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내 큰고니 커플이 늦깎이 부모가 됐다.

큰고니 가족을 보살피고 있는 이지연 사육사는 “엄마는 아기를 따뜻하게 품어 주고 아빠는 불편한 몸에도 아기를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큰고니 가족을 보고 있으면 새삼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2003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종보전 기관’으로 지정된 에버랜드 동물원에는 큰고니뿐만 아니라 두루미, 혹고니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동물 10종 54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