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최다 연패를 타이기록(18경기)에서 끊고 팬들에게 사과한 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를 미국으로 생중계하는 ESPN은 한화의 연패 사과문을 놓고 “메이저리그와 차이점이 추가됐다”고 소개했다.
ESPN은 16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KBO리그 파워랭킹에서 한화를 최하위인 10위로 평가하고 “두산 베어스와 지난 14일 우천 서스펜디드게임에서 승리해 기록적인 18연패에서 탈출했고, 같은 날에 이어진 정규 경기에서도 이겼다. 노태형이 9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쳤을 때 한화 팬들은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는 18연패를 끊은 뒤 자사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점에 이것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구단이 성적 부진을 자책하고 쇄신을 약속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미국에서 이색적으로 비춰진 것으로 보인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감염병 방역으로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한 팬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과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팬들과 직접 대면하지 못했지만, 홈페이지 사과문에 새 출발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SPN은 “팬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감을 안겨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는 사과문의 문장 일부를 발췌해 미국 야구팬들에게 소개했다.
한화는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하루 전의 우천 서스펜디드게임으로 3회말 공격부터 재개된 두산과 2차전에서 7대 6으로 역전승해 연패를 끊었다. ESPN은 한화가 그 전까지 18연패를 당하는 동안 7회 이후에 한 번도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선취점을 뽑은 경기도 5차례뿐이었다고 분석했다.
한화는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이번 주 6연전에서 리그의 강자들과 싸우는 ‘가시밭길’을 통과하게 된다. 리그 2위 LG 트윈스와 이날부터 홈 3연전, 오는 19일부터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부동의 선두 NC 다이노스와 원정 3연전을 각각 펼치게 된다.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연패의 늪이 한화 앞에 펼쳐져 있다.
ESP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개막하지 못한 메이저리그를 대신해 KBO리그를 지난달 5일 개막전부터 생중계하고 있다. 매주 구단별 파워랭킹도 발표하고 있다. 파워랭킹은 리그에서 승패로 쌓은 순위와 별도로 언론·방송에서 평가하는 지표다. 통상 우승권으로 평가되는 팀일수록 상위에 있다.
ESPN의 이날 파워랭킹은 리그 순위표와 일치했다. NC는 5주 연속으로 파워랭킹 1위에 선정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