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산업, 수익 없는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입력 2020-06-16 14:30
자료출처: 픽사베이

1인 미디어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핵심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던 MCN업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MCN산업은 2017년 이후 미디어 환경의 급변화로 유튜브가 중요한 미디어 채널로 부상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주요 글로벌 평가기관들의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해당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광고 플랫폼의 이동은 MCN 산업의 빠른 활성화를 이끌어 냈고, 이는 새로운 투자처 모색에 열을 올리는 투자 시장에도 호재로 여겨지며 수백, 수천 억대의 투자 수요를 창출했다.

이렇듯 높은 기대감 속에 MCN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MCN사업자들의 가치는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특히 글로벌 MCN 시장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암페어 애널리시즈(Ampere Analysis)의 2018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MCN 사업자들의 평균 가치평가 지수는 2012년 0.15달러에서 2018년 0.01 달러로 -93%나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치 하락의 주요 이유는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크리에이터와의 갈등으로,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고 있지 않는 점도 가치 하락의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가치하락은 결국 최후의 사태를 맞이하는 결과를 보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MCN 기업 중 하나인 ‘디파이 미디어 (Defy Media)’는 75개의 동영상 채널 운영과 구독자 수 7500 만을 기록하며(2018년 기준) 새로운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80%이상 콘텐츠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한계에 부딪혀 수익성 악화 끝에 결국 2018년 파산했다.

게임 전문 MCN ‘머시니마(Machinima)’도 구글로부터 3500만 달러를 투자 받으며 콘텐츠 제작사업을 확장, 2016년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에 인수된 이후 2018년 워너브라더스가 AT&T에 인수되면서 AT&T 자회사인 오터 미디어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잇따른 계약해지와 광고에 치중된 수익구조로 수익 악화가 이어졌고,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2019년 영업 종료를 선언했다.

미국 내 1위 MCN 사업자였던 메이커스튜디오 역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 메이커스튜디오의 한 직원은 “MCN 사업의 엄청난 실패의 전형"이라고 말한 바, 6만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하며 몸집을 키워오던 메이커스튜디오는 2014년 디즈니에 인수되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계속되는 기대 이하의 사업 성과에 크리에이터를 300명으로 축소한데 이어 8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시켰다. 매출 중 81%가 애드센스 광고수익으로 대부분이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면서 370만달러의 매출 중 실제 기업 이익으로 남는 부분은 매우 낮았으며, 유명 크리에이터 영입으로 수천억 대의 계약금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인 기업 이익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현재는 디즈니의 타 부서로 흡수되어 기업의 모습 보다는 일계 부서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국내 MCN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내 MCN산업 역시 2017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저헌터 등 주요 MCN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2018년 이후 규모적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와는 달리 대다수 기업들이 적자폭이 되려 증가하는 추세로 MCN기업들의 지속적 수익성과 생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MCN 기업 2개년 매출 추이

국내 대표 MCN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샌드박스는 2018년 매출액 282억, 영업적자 23억에서 2019년에는 매출액 608억원, 영업적자 78억원으로 영업이익율이 2018년 -8.1%에서 2019년 -12.9%로 4.8%P 감소했다. 당기 순이익은 2018년 -21억에서 2019년 -78억으로 전년도 대비 -57억원 급감했다.

트레저헌터 역시 2018년 매출액 12억, 영업적자 20억에서 2019년 매출액 14억 영업적자 27억원으로 2019년(-18.3%) 영업이익율이 전년(-16.9%) 대비 1.4%P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18년 -26억에서 2019년 2억5천만원으로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MCN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대다수 MCN기업들의 매출은 크리에이터들의 유튜브 애드센스 광고 수익에 대한 MCN계정 선인식분으로 스타 크리에이터 영입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속에서 심하게는 9:1 혹은 10:0의 수익배분율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무제표에 사실상 무의미한 매출 즉 '스루(through)되는 매출액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MCN기업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유튜브 애드센스 광고수익과 일부 PPL 브랜디드 콘텐츠 마케팅 수입 외에는 유의미한 매출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모델에 대한 해답 없이 MCN간 경쟁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스타 크리에이터 모시기에만 급급해 비용만 증가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MCN 업계가 2013-2014년에는 미국의 천문학적 투자와 M&A 사례에 힘 입어 장밋빛 미래의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지만, 올해부터는 2019년 이후 이어진 미국 대형 MCN 기업들의 줄도산에 암울한 미래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며, “MCN 기업 가치는 추가 혹은 부가 사업 모델을 연계하여 얼마나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때 미디어 업계의 유망주로 손꼽히던 해외 유수의 MCN 사들의 한순간의 몰락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MCN사들은 해외 사례를 통해 위기의식과 함께 MCN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실정에 맞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