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코로나19로 40년 만 연기

입력 2020-06-16 11:27 수정 2020-06-16 11:28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EPA연합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 중 하나인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는 1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당초 내년 2월 28일에서 4월 25일로 미뤄 개최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해외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선 정상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극장이 폐쇄되고, 신작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린 상황에서 미국에서 한 해 간 영화를 총결산하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코로나19로 할리우드 영화 개봉 일정에 큰 혼란이 생기면서 시상식이 연기됐다”며 “올해 개봉된 영화만으로 시상식을 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연기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원래 개최 시점인 내년 2월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만에 시상식 일정이 조정된 것이기도 하다. 시상식을 8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연기 결정을 내린 적도 처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3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홍수 사태로 일주일 미뤄졌고,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당시 이틀 연기된 적이 있다. 1981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총격을 당했을 때 시상식을 4시간 앞두고 하루 뒤로 연기됐었다.

아카데미상 이사회는 시상식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출품작에 대한 자격 심사 기간을 내년 2월 28일까지로 연장했고, 오스카상 후보 작품과 후보 연기자 발표는 내년 3월 15일, 후보자 오찬 행사는 내년 4월 15일로 각각 조정했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과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공동 성명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영화 제작자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영화를 완성·개봉하는 데 유연성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연기됐지만, 내년 4월 시상식이 할리우드 스타들이 직접 참석하는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될지, 아니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될지는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이 코로나19 봉쇄령을 풀고 경제 활동 재개에 들어갔지만, 대부분의 극장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도 남아있다.

한편 미국 브로드웨이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74회 토니상 시상식은 올해 6월 7일로 예정됐으나 무기한 연기됐고, 오스카와 함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최대의 방송 프로그램 행사인 제72회 에미상은 9월 20일 시상식 개최 일정에 아직 변동이 없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