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타당성 심의, 초유의 7대 7 결론 가능해졌다

입력 2020-06-16 11:25

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정에 세울 것인지 따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전례 없이 14명이 기소·불기소 여부를 표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수사심의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사건 심의를 회피해 15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1명을 표결이 없는 임시 위원장으로 호선하게 된 데 따른 일이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기소·불기소를 둘러싼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7대 7로 팽팽하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만일 심의위원 14명의 의견이 다수의견 없이 똑같이 맞설 경우 안건은 ‘부결’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이 부결은 기소에 대한 것도 불기소에 대한 것도 아니고, 이 경우 검찰은 “가부(可否) 동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1위 재벌 총수의 기소 타당성을 평가한다는 것, 검찰의 삼성 수사를 둘러싼 여론이 첨예하다는 성격에 가부 동수 의견이 가능하다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수사심의위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16일 대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의 이 부회장 기소 타당성 여부를 심의할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26일 그간 위원장 역할을 맡아온 양창수 전 대법관을 제외한 15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5명은 법학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직역별로 3~4명씩을 무작위 추첨하는 방식으로 꾸려지는데 이 중 1명이 양 전 대법관을 대신해 임시 위원장이 된다. 임시 위원장에게는 표결권이 없어 양측 진술을 듣고 상호 토론을 거쳐 실제적으로 표결에 참여하는 이는 14명이 되는 셈이다.

15명이 아닌 14명이 기소·불기소 의견을 최종 표출하는 일은 처음이다. 위원장이 사건 심의를 회피한 일이 앞선 8차례의 전례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놓고 다수의견이 없이 7대 7의 팽팽한 결론이 제시될 가능성도 생겼다. 검찰 관계자는 “과반수 의결이기 때문에 안건은 부결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때 ‘디폴트’(미리 정해진 값)가 무엇인지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는 찬반 양론이 첨예한 상황이다. 앞서 이번 사안을 수사심의위에 넘길 것인지 토론한 부의위원회에서도 시민위원들의 결론은 어느 한 편으로 압도적인 편이 아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다수의견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하겠지만 7대 7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다”고 했다.

결국 검찰의 최종 의견대로 기소가 결정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부터 수사심의위가 제시하는 결론은 강제력 없는 일종의 권고사항 성격이었는데, 7대 7의 가능성이 생긴 만큼 불기소가 다수의견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앞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법원이 내놓은 기각 사유도 검찰과 변호인단 중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주지는 않은 것이었다.

양 전 대법관의 회피로 빚어진 이번 일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현재의 수사심의위 제도를 기획했던 법조계 인사들도 미리 고려하진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위원장의 회피도, 가부 동수가 가능해진 일도 모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신청으로 문 전 총장 당시 기획된 제도들이 좀더 실효성 있게 알려지고 또 활용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양 전 대법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오랜 친분을 이유로 사건 심의를 회피했다. 최 전 실장과 양 위원장은 서울고 동창이다. 하지만 양 전 대법관은 그간 공정성 논란 근거로 제기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무죄 판결’이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인 사실 등에 대해서는 회피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6일 예정된 수사심의위에 이 부회장 본인이 나올 것인지도 관심이다. 앞선 8차례의 수사심의위 가운데 수사 대상이 당사자로서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전례는 1번 있었다. 이 당사자가 수사심의위에 출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