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또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경찰관 2명과 음주 측정 문제로 몸싸움을 벌이다 한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에 브룩스의 부인은 15일 “남편의 사망 사건은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이라며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토미카 밀러 부인은 이날 CB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며 “그것(경찰의 총격)은 살인이다. 그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내 남편이 경찰을 총으로 쐈다면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며 “나는 그들(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감옥에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브룩스에겐 세 딸과 입양한 아들이 있었다. 그는 큰딸의 8번째 생일날 눈을 감았다.
밀러는 숨진 남편이 큰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13일 아이를 데리고 스케이트를 탈 계획이었다고 슬퍼했다.
그는 “남편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볼 수가 없다”며 “딸에게 아빠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브룩스의 부인 밀러와 친척 20여명은 이날 애틀랜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룩스를 위한 사법 정의 실현과 경찰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
2살배기 딸을 팔로 감싸 안은 채 기자회견장에 선 밀러는 “어떤 정의도 남편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며 “8살 딸에게 ‘아빠가 스케이트와 수영을 가르쳐주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말을 이제는 할 수 없게 됐다. 우리 가족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카 섀시디 에번스는 “삼촌이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총에 맞아 숨질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리카 쉴즈 애틀랜타 경찰서장은 13일 오전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브룩스에게 총을 쏜 경찰은 해고됐으며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은 행정직으로 전환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