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 다음 날인 16일에도 북한 매체들은 ‘불벼락’ ‘서푼짜리 기만 술책’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엄포를 이어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인민을 모독한 죄값(죗값)을 천백배로 받아낼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을 통해 ”모순적이고 허무맹랑한 소리만 늘어놓던 청와대가 뒤늦게야 삐라 살포에 대한 ‘엄정 대처방안’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면서 이를 ‘위기모면을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혹평했다.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도 남한의 남북 간 합의 준수 방침을 ‘위기모면을 위한 궁여지책’, ‘지금의 험악한 사태를 어물쩍해 넘겨보려는 서푼짜리 기만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은 이어 ”큰일이나 칠 것처럼 흰소리는 곧잘 치면서도(허풍을 떨면서도)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체질적인 우유부단성은 지난 2년 동안에 드러날 대로 드러났다“면서 남측을 향한 깊은 불신을 표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앞두고 쏟아진 북한의 남측에 대한 비난과 경고를 의식한 듯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 되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6.25전쟁 발발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아 회담한 것은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고 한 문 대통령은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관계 급랭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대북 전단·물품 등의 살포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며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특유의 거친 표현을 동원해 남한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비난을 지속했다. 노동신문은 ‘투철한 계급투쟁 의지를 만장약한 우리 인민의 혁명적 풍모’ 제목의 논설을 통해 ”철저한 보복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면서 ”세계는 우리 인민이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어떤 징벌의 불벼락을 안기고 인간쓰레기들을 어떻게 박멸해 버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6∼9일 평양과 개성, 남포 등 전국 각지에서 탈북자의 전단 살포와 남한 당국을 비난하는 청년 학생들과 근로자들의 집회가 진행됐다고 재차 소개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원, 조선태권도위원회 태권도선수단 감독, 김일성종합대학 역학부 강좌장, 평양전기기구공장 지배인 등 북한 전역 각계각층의 입을 통한 대남 비난전도 이어졌다.
9·19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옥류관 식사를 소재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했던 선전매체들은 이날 다시 문 대통령을 조준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독자감상글 코너를 통해 “문재인이 굴러들어온 평화번영의 복도 차버린 것은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인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 등의 댓글을 노출했다. 북한에서 독자감상글로 불리는 댓글은 관리자들만 달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 댓글은 우리민족끼리 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