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심의에서 빠진다. 이 부회장의 공동 피의자 중 한 명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친분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26일 개최되는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인 최지성과 오랜 친구관계”라며 “이번 위원회 회부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여도 공동 피의자 중 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실장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다. 양 위원장과는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양 위원장은 “(최 전 실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동일한 소인(범죄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 인적 관계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수사심의위 규정에는 ‘심의대상 사건의 관계인과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회피 신청을 하게 돼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원회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피 여부를 검토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피 신청을 결정하게 된 경위도 밝혔다.
그러면서 “결심에 앞서서 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특히 그 혐의 사실에서 최지성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며 “주말이 지나고 어제(15일) 현실적으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최근 한 경제지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 자신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인 사실 등은 사건의 내용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없어 회피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칼럼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처남이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권오정(63) 삼성서울병원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위원장으로서 부적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양 위원장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수사심의위에 참석할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하는 작업까지는 참여한다. 양 위원장이 당일 회의에서 회피 신청을 하면 15명 현안위원 가운데 호선으로 위원장이 선정되며, 회의를 주재한다.
대검은 이번 주 중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해 사건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