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미군 돈으로 독일만 번창…미군 감축, 독일 얘기만 아냐”

입력 2020-06-16 08:53 수정 2020-06-16 08:55
트럼프, 주독미군 9500명 감축 처음 공식 밝혀
현재 3만 4500명 주독미군, 2만 5000명으로 줄어
“독일, 채무 이행 안해”…독일 낮은 방위비에 불만
주독미군, 미국으로 옮겨 미국 지역경제 부양 의도도
트럼프, 대선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우려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원로들과의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계획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다. 그는 “주독미군을 2만 5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감축이 독일의 낮은 방위비 지출에 대한 불만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많은 다른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대선용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와 주독미군 감축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독일을 방어하고 있지만 독일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delinquent) 있다”면서 “그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2만 5000명으로 (독일 주둔) 미군 수를 감축할 것”이라며 “그들(독일)이 돈을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군인들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감축할 미군 규모는 9500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독일 주둔 미군 규모는 현재 3만 4500명에서 2만 5000명으로 줄어든다.

주독미군은 2만 8500여명인 주한미군보다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다. 독일에는 미군 외에도 1만 7500명 정도의 미 국방부 군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을 미국으로 옮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된 미국 지역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주독미군)은 보수가 좋은 군인들”이라며 “그들은 독일에 살면서 독일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독미군) 기지들 주변의 모든 지역은 독일을 위해 번창(prosperous)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독일은 (주독미군이 주는 이익들을) 취하면서도, 무역에서는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무역에서 상처를 입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서도 상처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무역에 관한 타협안을 제안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 4일 영국 런던 외곽 왓포드에서 열렸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창립 70주년 정상회의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독일은 계속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독일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리라고 압박했다. 독일은 2031년에 방위비를 2% 인상하겠다고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독미군 감축 공식화가 의회 내의 공화당 의원들과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 22명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중대하게 해치고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주독미군 감축을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주독미군 감축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11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을 원한다고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오기도 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는 것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다.

그러나 한국은 방위비 분담에 독일보다 적극적인 데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주한미군을 활용하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