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때문에…” 부회장 아들의 황당한 1인실 사용 이유

입력 2020-06-16 08:24 수정 2020-06-16 08:25
국민일보 DB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소속 A병사가 1인 생활관을 사용하고 빨래를 부사관에게 심부름시키는 등 ‘황제 군 복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부대는 A상병이 냉방병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임시로 1인실을 배정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MBC는 공군 본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A상병 특혜의혹에 대해 해당 부대 측의 해명을 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이스 신용평가회사 부회장 아들인 A상병이 1인실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A상병이 냉방병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임시로 1인실을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상병이 빨래와 생수를 부사관에게 받아다 달라고 한 것도 인정했지만 심부름을 시킨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피부질환이 있는 A상병은 공동 세탁기 사용이 어렵다며 매주 면회를 통해 빨래와 물을 받아왔는데 코로나19로 면회가 통제되자 부사관이 배려를 해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상병 부모가 부대 내 샤워실이 더럽다며 개보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대 차원에서 수리를 한 것일 뿐 관련성은 없다며 부인했다. 이밖에도 A상병이 서울 시내 부대로 오게 된 과정이나 무단 외출도 눈감아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나 비위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동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질병이 있는 A상병에게 왜 입원이나 조기 전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감찰 과정에서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황제복무’ 사건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법적 처벌이 가능한 군사경찰로 넘어갔다.

A병사의 황제복무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자신을 서울의 공군부대 부사관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우리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방조해 오는 등의 비위 행위를 폭로하려 한다”고 썼다.

“해당 병사가 부대에 전입해 왔을 때 병사들과 부사관 선배들 사이에서 해당 병사의 아버지가 모 대기업 회장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 청원자는 “최근까지 해당 병사의 부모는 밤낮으로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아들의 병영 생활 문제에 개입해달라고 전화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병사가 빨래를 세탁 시설에서 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반출해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사관이 심부름 역할로 동원됐다”고 한 이 청원자는 “동기들과의 불화를 이유로 1인실 ‘황제 생활관’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이 글은 A병사가 휴가를 나간 날 오후에 게시됐다.

이날 A병사는 피부질환 치료를 이유로 청원휴가를 나간 것으로 전해졌으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병사는 휴가를 냈지만 진단서는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공군은 “진단서는 휴가를 낸 뒤 14일 이내에 제출하게 돼 있어 규정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A병사의 부친으로 알려진 나이스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전문경영인이다. 나이스그룹 창업주가 2018년 별세해 회장직이 공석이 된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