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北미사일 대비용 ‘이지스 어쇼어’ 돌연 백지화

입력 2020-06-15 22:10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며 야심차게 밀어붙인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 체계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돌연 중단했다. 건강 문제를 우려한 인근 주민의 반발에 더해 천문학적인 예산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두고 “비용과 배치 시기를 고려했다”며 갑작스러운 중단 사실을 밝혔다. 그는 “당분간 이지스함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7년 12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다며 열도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2025년 배치를 목표로 총 2404억엔(약 2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아키타현의 아라야 연습장과 일본 남서쪽 야마구치(山口)현의 육상자위대 무쓰미 연습장 등 2곳을 후보지로로 선정하며 배치에 속도를 내왔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월 13일 미국 하와이에서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 체계인 미국의 ‘이지스 어쇼어’를 둘러본 뒤 인터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후보지 주변 주민들이 전자파와 안전성 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해 방위성은 배치를 사실상 단념한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이지스 어쇼어 도입 비용이 애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점도 사업 중단의 원인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개발한 이지스 어쇼어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SM3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갖춘 미사일 요격 체계의 육상형인 셈이다. SM3는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사업이 돌연 백지화되면서 방위성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일본의 방위구상이 근본부터 뒤집히게 된다”며 “지금까지 논의는 무엇이었냐”고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방위성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데다 이지스 어쇼어 사업에 애초 책정한 예산을 크게 초과하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