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성토 뒤 사의 표명한 주호영…끌려갈 수밖에 없는 야당

입력 2020-06-15 20:13
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장 앞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단독 상임위 선출에 반발한 미래통합당 원내지도부는 곧바로 사의를 밝혔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끝내 야당 몫으로 가져오지 못한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통합당은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불출석하며 대여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여당 주도의 국회 운영에 제동을 걸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15일 본회의 이후 의총에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원장을 못 지켜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못 막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은 강하게 만류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협상력보다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이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선 협박으로 원 구성이 진행된 만큼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주 원내대표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자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거두지 않았다”며 “원내지도부 공석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동의하거나 협조해줄 수 없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포기하지 않고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카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겠다는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둘러싸고 항의했지만, 지난 20대 국회처럼 드러누워 입장을 막거나 폭언을 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통합당은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상임위 회의장이 아닌 통합당 자체 회의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원 구성을 서두른 배경으로 꼽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추경안 국회 처리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여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