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5일 국회 원 구성을 놓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여당의 단독 선출 결과를 내면서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겪게 됐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몫 일부 상임위원장만 우선 선출했다. 통합당은 반발하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제외한 모든 의원이 본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선출되지 못한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도 가급적 이번 주중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6개 상임위를 선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통합당이 제출하지 않은 6개 상임위원 명단은 박 의장이 강제 배정했다.
박 의장은 “(여야 합의 불발에)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코로나19, 남북관계 위기 앞에서 정치권의 어떤 사정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며 표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 의장은 1994년 국회법(48호 1항)에 관련 조항이 생긴 이후 26년만에 처음으로 상임위 강제 배분을 통해 국회 문을 여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홀로 본회의에 참석한 주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과 의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국회의장께선 오늘 6개 상임위원장 선출하겠다고 의사일정을 올리고 우리 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권력은 나누고 공유할수록 커지는 것이지 우리 힘으로 밀어붙이고 다 하겠다고 해서 결코 성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박 의장 주재로 마지막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지난 12일 박 의장의 중재로 사흘의 시간을 얻었으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에서 30분 가까이 협상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해 처리해달라고 의장에게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여당의 7개 상임위원장 배분 제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직 포기라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강경론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을 더 받아내야 한다는 실리론이 충돌했다. 격론 끝에 통합당은 통합당 몫의 상임위원장직도 받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나, 일부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본회의 과반 정족수를 확보한 여당이 법사위까지 가져가면서 176석 슈퍼여당이 처리하지 못 할 법안도 없어졌다. 이에 따라 여당이 향후 국회 운영의 책임 또한 무한히 져야 하는 입법 환경이 마련됐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일하는 국회법을 비롯해 종부세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및 3차 추경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민주당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내년 3~4월 이전에 각종 개혁입법 과제를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현 이상헌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