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시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감염원으로 연어를 지목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시 보건당국은 앞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가 신파디 농수산물도매시장이라며,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해당 바이러스가 유럽발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쩡광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과학자는 “베이징 시민은 당분간 연어를 날로 먹어선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바이러스의 유래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하기는 했다. 하지만 일련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럽산 연어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당장 중국에서는 일식집 등을 중심으로 수산물 수요가 90% 급감하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냉동 수산물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 번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15일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이하 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이하 이)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연어 등 냉동 수산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합리적인 의심과 막연한 공포 사이에서 두 감염병 전문가의 차분한 분석을 전한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연어를 자른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번 베이징 감염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최 “원래 연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을, 다시 말해 연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연어를 잡은 뒤 유통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연어가 아니라 연어를 다룬 도마에서 나왔다. 확률적으로는 도마를 손님이 직접 다루었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상인 중 감염된 분들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일단 중국 측 조사내용을 봐야겠지만 음식물을 통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역학 조사를 해봐야 한다. 단순히 음식물을 통한 감염이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확진자가 도마를 썼어도 바이러스는 묻을 수 있는 거니까 단순히 바이러스가 음식물로 왔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광범위하게 오염될 만한 여러 환경과 상황들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은 연어를 자른 도마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유럽발’이라고 한다
최 “그건 모르는 일이다. 바이러스가 유럽에서부터 연어를 통해 살아서 들어왔을 가능성보다는 그런 바이러스를 이미 가진 누군가가 도마를 오염시켰을 확률이 더 높다. 이 바이러스는 거기에만 있고, 저 바이러스는 저기에만 있고, 이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 지금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기 때문에 변이를 거치면서 확산됐을 거다. 이 유형의 바이러스가 나왔기 때문에 꼭 유럽에서 온 거야, 이렇게 딱 잘라 말라기는 어렵다. 변이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유럽발이라고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적 유행을 거치면서 변이를 일으켜 왔다. 유럽·미주 쪽에서 돌았던 바이러스는 그러한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였다는 뜻이지 반드시 해당 바이러스가 꼭 유럽이나 미주에만 있다는 말은 아니다. 연어가 유럽에서 와서 그렇다? 이건 너무 과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 “바이러스는 돌고 도는 것이다. 사람이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바이러스가 돌고 돌아서 다시 들어왔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중국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런 형태라면 유럽형이기에 비슷한 패턴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전문가 우준여우는 “해산물을 냉동 보존하는 경우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이 길며 인간 전파 확률도 더 높다”고 말했다. 냉동상태에서 바이러스 생존력이 어느 정도인가
최 “맞는 말이다. 얼렸다 녹였다 하지 않고 잘 얼려서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해주면 감염력을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실제 체취한 검체를 바로 처리하지 못하면 얼린다. 얼리면 바이러스가 죽는 게 아니다. 냉동상태에서 해동시키면 일부는 죽지만, 전염력이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꽤 남아있다. 상온에서는 바이러스가 활성도를 비교적 빨리 잃지만 얼려 버리면 더 오래 그 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이 “얼려놨다가 몇십 년 뒤에 녹이면 바이러스가 되살아난다. 스페인독감이 H1N1종이라는 사실이 밝혀낸 것도 1918년 사망한 에스키모인이 동토 2m 아래에서 얼려진 상태로 발견됐기에 가능했다. 1997년 당시 시신 속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확인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영하 20도 이하로 얼리면 몇십년까지도 유지된다. 녹이면 재활성화된다. 우리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체를 영하 70도로 얼려놓는다. 다음에 써야 할 검체들은 이런 식으로 얼려놓고 보관한다.”
-냉동상태에서 오랫동안 바이러스 보존이 가능하다면 냉동 수산물이나 육류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도 있을텐데, 지금까지는 이런 위험성이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최 “이번 감염은 음식을 다루는 과정에서나 해당 물체를 감염시켰던 사람과의 접촉이 문제일 것이다. 물론 음식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익히면 바이러스는 다 소멸된다. 결국 잘 익혀 먹으면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여름철 날음식은 식중독 때문이라도 삼가기에 그런 의미에서 음식을 잘 익혀 먹으면 된다. 나머지 기타 주의사항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 “냉동음식을 먹었다고 전파됐다고 보는 건 과한 해석이다. 감염된 연어를 먹어서 전파됐다기보다는 오염된 곳을 손으로 만지거나 입에 갖다 대면서 전파됐을 것이다. 물론 일부 장염 형태로 나타나는 바이러스는 음식물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라서 전형적으로 음식물로 전파된다고 보긴 어렵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