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생존’. 24일 개봉하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영화 ‘#살아있다’는 생존에 관한 성찰을 좀비물이라는 형식적 틀을 빌려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는 위험이 상존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불가피한 치명적 위협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두 청년의 입을 빌려 묻는다.
영화 얼개는 간단하다. 어느 날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타인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도시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아파트에 홀로 남겨진 생존자 준우(유아인)와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는 생존을 위해 불가능할 것 같은 탈출을 시도한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얼론’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먼저 100억원 안팎 제작비를 들인 좀비물답게 생동감 있는 좀비들의 외양이 시선을 끈다. 좀비의 시그니처인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은 물론 좀비의 분장도 생생하게 구현됐다. 생활과 매우 밀접한 아파트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좀비이기에 최근 해외에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속 좀비와는 또 다른 기괴함을 뽐낸다. 좀비가 된 경비원과 좀비가 된 이웃은 공포가 된 일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탈출극이기에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엑시트’가 일면 떠오르기도 한다. 액션의 종류는 달라도 흥미진진함은 비슷하다. 정체불명의 독가스가 시민들을 엄습하는 쫄깃함(‘엑시트’)과는 다른 타격감이 있다. ‘#살아있다’의 준우와 유빈은 날아다니는 좀비들을 헤치고, 자르며 생존을 향해 달린다. 다만 ‘엑시트’가 극적 코미디와 액션 자체가 주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살아있다’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준우와 유빈의 선택과 갈등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그렇다고 ‘#살아있다’가 마냥 하드한, 지금껏 봐왔던 좀비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은 아니다. 어색한 상황과 묘하게 이질적인 대사와 행동이 자아내는 유머가 있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호흡도 돋보인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 메가폰을 잡은 조일형 감독은 경쾌한 음악을 녹인 시퀀스를 극 사이사이 담아내 감정의 고조와 이완을 효과적으로 이끈다.
다만 좀비들을 비롯해 서사 뼈대를 이루는 퍼즐 조각들이 은유적으로 딱딱 연결되는 극은 아니다. 기계적이지 않은 극으로도 볼 수 있는데, 최근 시국과 맞물린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극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1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생존과 고립, 다른 사람과의 만남, 탈출, 자유에 관한 이야기들이 섞인 작품인 것 같다”며 “영화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운명이 있는 듯하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영화가 가진 것들을 강렬하게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