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생존’을 말하다… K좀비물 ‘#살아있다’

입력 2020-06-15 18:23 수정 2020-06-15 18:25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배급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생존’. 24일 개봉하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영화 ‘#살아있다’는 생존에 관한 성찰을 좀비물이라는 형식적 틀을 빌려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는 위험이 상존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불가피한 치명적 위협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두 청년의 입을 빌려 묻는다.

영화 얼개는 간단하다. 어느 날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타인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도시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아파트에 홀로 남겨진 생존자 준우(유아인)와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는 생존을 위해 불가능할 것 같은 탈출을 시도한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얼론’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먼저 100억원 안팎 제작비를 들인 좀비물답게 생동감 있는 좀비들의 외양이 시선을 끈다. 좀비의 시그니처인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은 물론 좀비의 분장도 생생하게 구현됐다. 생활과 매우 밀접한 아파트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좀비이기에 최근 해외에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속 좀비와는 또 다른 기괴함을 뽐낸다. 좀비가 된 경비원과 좀비가 된 이웃은 공포가 된 일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배우 박신혜(왼쪽)와 유아인이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살아있다'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탈출극이기에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엑시트’가 일면 떠오르기도 한다. 액션의 종류는 달라도 흥미진진함은 비슷하다. 정체불명의 독가스가 시민들을 엄습하는 쫄깃함(‘엑시트’)과는 다른 타격감이 있다. ‘#살아있다’의 준우와 유빈은 날아다니는 좀비들을 헤치고, 자르며 생존을 향해 달린다. 다만 ‘엑시트’가 극적 코미디와 액션 자체가 주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살아있다’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준우와 유빈의 선택과 갈등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그렇다고 ‘#살아있다’가 마냥 하드한, 지금껏 봐왔던 좀비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은 아니다. 어색한 상황과 묘하게 이질적인 대사와 행동이 자아내는 유머가 있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호흡도 돋보인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 메가폰을 잡은 조일형 감독은 경쾌한 음악을 녹인 시퀀스를 극 사이사이 담아내 감정의 고조와 이완을 효과적으로 이끈다.

다만 좀비들을 비롯해 서사 뼈대를 이루는 퍼즐 조각들이 은유적으로 딱딱 연결되는 극은 아니다. 기계적이지 않은 극으로도 볼 수 있는데, 최근 시국과 맞물린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극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1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생존과 고립, 다른 사람과의 만남, 탈출, 자유에 관한 이야기들이 섞인 작품인 것 같다”며 “영화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운명이 있는 듯하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영화가 가진 것들을 강렬하게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